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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5G 혁명, 경주 유튜버 강남으로 불러들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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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G가 바꾸는 세상 ① 

유명 먹방유튜버 ‘치윤(30ㆍ본명 박치윤)’이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방송 채널에 올린 ‘야외 먹방’의 한 장면. 박씨는 ’5G 도입으로 고화질 고음향의 야외방송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유명 먹방유튜버 ‘치윤(30ㆍ본명 박치윤)’이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방송 채널에 올린 ‘야외 먹방’의 한 장면. 박씨는 ’5G 도입으로 고화질 고음향의 야외방송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박치윤(30)씨는 최근 경북 경주에서 서울 강남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통신속도 문제와 5G 기지국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이었다. 그는 5G 도입으로 인기를 끌 전망인 야외방송(야방)에서 보다 좋은 음향을 전달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마이크까지 구매했다. 현재 일부 초고화질 다큐멘터리에서 활용되는 해상도 4K 영상 제작을 위해 노트북도 수백만원을 들여 샀다. 그는 “5G가 더욱 보편화되기 전에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4K 이상의 좋은 화질로 영상을 제작하며 미리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 도약 꿈꾸는 유튜버들 #AR·VR 기술 접목 새로운 서비스 #실시간 야외방송·합동방송 대세 #“5G 인프라에 올릴 서비스 적어 #하반기 돼야 일반인 체감할 것”

박씨가 이처럼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는 것은 유튜버들 사이의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모바일 생중계 동영상이나 유튜브 스트리밍 등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수초의 지연시간이 생긴다. 5G가 본격 상용화될 경우 영상이 송출되는 시간과 시청자가 영상을 보는 시간의 간격이 확 줄어들게 된다.

4G LTE의 상용화로 새로운 직업군으로 등장한 유튜버들이 5G 시대를 맞아 제2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이 실시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장래 희망에 유튜버가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명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41·본명 나동현)은 “구글에서 최근 게임을 다운받지 않고 스트리밍할 수 있는 ‘스타디아’를 발표했는데,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모바일에서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간단한 장비로 외부에 나가서 게임방송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며 “야외방송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게임 유튜버 흑운장(31·본명 이성은)은 “사실 아직 5G로 인한 유튜브의 변화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최근 갤럭시10과 5G가 결합된 다른 BJ의 야외방송을 보고 화질이 뛰어나다고 생각이 들어 며칠 내로 5G 폰을 구매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장은 “5G 상용화와 함께 플랫폼 사업자가 이에 맞춘 환경을 구축해 준다면 유튜버들은 고화질·고음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유명 유튜버들끼리 VR(가상현실)을 통해 화면을 연결해 방송하는 합동방송(합방) 등 새로운 형태의 방송이 보편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5G가 상용화되고 플랫폼에서 이를 위한 서비스를 구현하기 시작한다면 유튜브가 고급화되면서 장비와 기술을 가진 유튜버들은 더욱 구독자 수가 늘고, 그렇지 못한 유튜버들은 도태되는 등의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금은 광고를 구글이 주는 것만 받지만 영상에 광고를 직접 삽입하는 기술까지 연결되면 더 많은 사람이 유튜브 방송에 뛰어들 것”이라며 “이런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면 개인방송의 기업화 등의 구조적 변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콘텐트가 5G를 통해 구현될 경우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도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뷰티 유튜버가 자신의 화장과 헤어 손질을 생생하게 영상으로 전달했다면, 이제는 AR(증강현실)과 VR 기술을 통해 구독자의 얼굴에 가상화장을 직접 해주는 유튜브 방송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KT의 자회사인 KTH가 운영하는 K쇼핑은 현재도 비슷한 패션상품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술이 5G를 이용하는 유튜버와 만나면 뷰티 유튜버의 메이크업을 구독자가 직접 받아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 전망이다. 해당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두열 KTH 융합미디어본부장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5G에 기반을 둔 미디어 기술이 현재의 TV와 모바일 연동을 넘어 다른 미디어와 접목하게 된다면 패션·뷰티·인테리어 등 실물과 가상이 결합한 실감형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 뷰티유튜버 ‘뷰깨비다진’ 정다진(27·여)씨는 “5G가 되면서 유튜버가 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5G 상용화 이후를 대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일반인 개통 시작으로 드러난 5G 기지국 부족의 문제와 이로 인한 기술의 ‘지역 격차’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달 초 5G 폰을 구입한 부산에 거주하는 여성 A씨는 “기껏 5G로 바꿨는데 4G 폰보다 속도가 느려 속이 터진다”며 “산골도 아니고 부산의 시내인 서면에서 스마트폰이 안 터지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홍원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5G는 인프라 기간산업인 만큼 소비자 니즈에 의해 주도적으로 가는 부분보다는 기본적으로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일반인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체감할 수 있을 것 같고, 확산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단기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결국 (소비자가) 실감하는 영상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5G의 인프라는 빨리 깔리고 있는 반면, 그 위에 올릴 서비스가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은 원격의료나 사물인터넷(IoT)과 같이 새로운 서비스에 주목하는 만큼 우리도 서비스 다양화를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다영·남궁민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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