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트럼프 116분 만났는데…단독 대화는 2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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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1호 04면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지난 11일 한국 측 수행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지난 11일 한국 측 수행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인 지난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은 예정보다 1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낮 12시11분 백악관에서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기다렸다. 차에서 문 대통령 내외가 내리자 함께 악수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의 방명록 서명을 마친 뒤엔 회담장인 오벌오피스로 이동해 또다시 촬영에 응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악수 요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알아채지 못해 잠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국 정상 부부 첫 오벌오피스 초대 #김정숙·멜라니아 여사도 회담 배석 #한·미 정상 부인 30년 만에 단독오찬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도 이례적으로 단독회담에 배석했다. 역대 한국 정상 중 부부가 오벌오피스에 초대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문 대통령 부부에 대한 예우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당초 15분으로 예정됐던 단독회담은 낮 12시18분부터 29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발언 후 예정에 없던 기자 질문을 받으면서다. 그는 지난해 5월 정상회담 때도 문 대통령을 옆에 둔 채 34분간 기자들의 돌발 질문에 답했다.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문답이 낮 12시45분까지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두 정상이 비공개로 내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2분밖에 없었다. 사실상 비공개 단독회담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신 핵심 참모들이 배석한 소규모 회담이 당초 예정됐던 15분보다 13분 길어져 28분간 진행됐다. 이때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그린룸으로 옮겨 단독 오찬을 했다. 한·미 정상 부인의 단독 오찬은 30년 만이다.

캐비닛룸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1시18분부터 59분 동안 이어진 오찬 겸 확대 정상회담은 단독 회담과 소규모 회담이 순차통역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116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오후 2시17분 백악관을 떠났다.

한편 김 여사는 워싱턴DC에 있는 키(Key) 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BTS의 댄스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영어로 “This is BTS. Do you know? (방탄소년단이네요. 알고 있나요?)”라고 물었고 학생들은 일제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BTS를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 여사는 “Yes”라고 답하며 “지난해 유엔총회 때 만났다”고 소개했다.

김 여사는 이어 BTS 리더 RM의 유엔총회 연설을 인용해 “BTS는 ‘어제 실수한 나도 나고, 오늘 모자란 나도 나고, 내일을 위해 더 열심히 하려는 것도 나다. 나를 사랑하라’고 했다”며 “여러분에게도 이 얘길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가 짧은 방미 일정 중 초등학교를 방문한 것은 해외 순방 때마다 각국의 청소년을 만난 행보의 연장”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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