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마무리 안가려" 송진우 한화 구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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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찾아올 승부처에서는 송진우를 선발로 돌릴 수도 있다."

프로야구 한화의 유승안 감독이 최근 한 말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폭탄선언'이나 다름없다.

유감독은 시즌 중반 마무리투수가 없는 상황이 되자 송진우를 마무리투수로 급히 전환시켰다. 시즌이 끝나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형편인 송진우에게 체력 부담이 많은 마무리 자리를 맡긴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송진우의 보직을 바꾸겠다는 유감독의 말은 한화가 얼마나 다급한 처지인지를 말해준다.

한화는 최근 5연승을 비롯, 막판 상승세로 28일 현재 4위 자리에 올라 있다. 5위 SK와 승수(63승)는 같고 패수(62패)가 하나 적어 '반뼘차'로 앞서 있다. 시즌 후반까지 줄곧 6위를 달렸던 한화는 세경기를 남겨놓은 현재 포스트시즌 티켓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 한화와 SK의 30일(오후 6시30분) 대전경기는 4위 경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한화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해 왔다. 초기에는 전문가들 누구도 한화를 4강 후보로 꼽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돌풍의 핵에는 송진우가 있다. 감독에게도, 동료들에게도 송진우라는 존재는 몹시 든든한 구석이었다. 통산 최다승(1백71승)을 보유하고 있는 송진우가 후반기에 마무리로 '백의종군'하면서 팀도 안정을 찾았다.

송진우는 28일 대전 현대전에서 7-6으로 역전한 9회초 1사 2루의 위기에서 등판, 무안타.무실점으로 막아 행운의 구원승을 따내며 시즌 9승째를 챙겼다. 지난 23일 문학 SK전서 세이브를 따낸 이후 4연속 구원 성공(3세이브.1구원승)이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시즌 6세이브를 따내며 통산 1백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날 터진 이승엽(삼성)의 시즌 55호 홈런에 가려졌지만 선동열(전 해태)-김용수(전 LG)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세번째로 통산 1백승-1백세이브의 대기록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선발과 마무리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37살의 노장 송진우의 최후의 꿈은 선발투수로서 2백승 고지를 밟는 것이다.

송진우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시 선발을 맡아 내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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