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美 흑인 슬럼가 '밥퍼'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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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이 워싱턴DC에서 흑인들의 총격으로 매년 5~6명씩 숨지곤 했는데 3년 전부터 사망자가 한명도 없습니다. 한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덕분입니다."

미국 워싱턴DC의 대표적 흑인 슬럼가이자 우범지역인 플로리다 애버뉴와 4번가 북서쪽 사이에 있는 비정부기구(NGO) 평화나눔공동체의 최상진(崔相鎭.42.목사) 대표가 지난 24일 한국을 찾았다.

崔목사는 1997년 6월 워싱턴DC 흑인 밀집지역에 2층 건물의 평화나눔공동체 센터를 세워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인종화합에 앞장섰다.

崔목사는 "이번 방문 기간에 오는 11월부터 평화나눔공동체 센터에서 시작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평화사관학교'를 널리 알리고, 관심있는 젊은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는 백악관뿐 아니라 국회의사당.펜타곤(국방부).중앙정보국(CIA) 등이 있는 만큼 사실상 세계 정치.외교의 심장부입니다. 젊은이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키우고, 리더십 훈련을 받기에 좋은 환경이죠."

91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95년 미 메노나이트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평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인종화합 운동에 뛰어든 것은 96년 워싱턴DC에 있는 조지메이슨대에서 분쟁해결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였다.

"당시 신문을 통해 워싱턴DC 할렘가에서 한인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를 접했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의문을 갖고 할렘가를 찾아갔죠. 흑인들이 마약을 팔려고 접근해 왔습니다. 직접 얘기를 나눠보니 한인에 대한 반감이 심했어요. 그때 '지금 나한테 중요한 것은 박사과정이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봉사하는 게 진정한 박사학위다'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평화나눔공동체 센터를 열었을 때 흑인들이 몰려와 3개월간 "코리안은 여기서 돈만 벌어 나간다"며 시위를 벌여 애를 먹기도 했다. 현재 평화나눔공동체는 매일 오후 4시30분에 센터와 공원 등에서 노숙자 50~1백여명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흑인 노숙자들이 한국 음식에 익숙해져 이젠 '아이 러브 김치(I love Kimchi)'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시내 거리를 청소하고, 공원에 꽃을 심고, 빈곤층의 흑인 어린이들을 위해 방과후 교실을 운영했습니다. 거리에서 파티를 열어 한국 전통 음악.무용 공연도 해왔고요." 연락처:1-202-316-9466, e-메일: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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