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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 이후 강남클럽은?...‘레이블’은 오픈 연기, 다른 곳은 “여전히 만석”

중앙일보

입력

1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신사역 앞 한 빌딩의 지하 1층. 이곳은 과거 클럽 '바운드'가 있던 곳이다. 최근 '버닝썬 사태'로 인해 강남의 가장 유명한 클럽이었던 버닝썬과 아레나가 동시에 문을 닫은 뒤, 이곳에서 일했던 MD들이 모여 새롭게 열기로 한 클럽 ‘레이블’이 들어올 곳이기도 하다. 애초 3월 초부터 새로운 클럽이 오픈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공사가 시작되면서 3월 말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개장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이날 찾은 공사 현장에도 조명이나 무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채, 먼지 쌓인 건축자재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의 한 빌딩지하에서 클럽 레이블 오픈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의 한 빌딩지하에서 클럽 레이블 오픈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레이블 오픈 연기…"소문만 무성"   

해당 건물 관계자는 오픈 일정을 묻는 기자에게 "공사를 연장했다. 일주일 넘게 연장해서 (오픈을 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화장실 공사도 안됐다"며 "사장만 5명이라고 하는데 공사 현장에 자주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은 "(레이블이 들어온다는) 장소는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은 클럽이 문을 열고 닫았던 곳"이라며 "몇 년 혹은 몇달 만에 공사를 하고 다시 오픈하고 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버닝썬이 폐업하기 직전까지 버닝썬에서 근무했던 한 20대 MD도 "버닝썬과 아레나에 버금가는 클럽을 연다는 소문은 무성한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오픈이 계속 늦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클럽들이 2~3년을 주기로 간판과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장소를 이동한다. 어떤 클럽에 생길지 MD들이 갈지 다들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얼마 전까지도 '메이드'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해 온 서울 서초구의 한 클럽은 최근 '아쿠아'로 영업장 명을 변경해 영업 중이다.

◇옥타곤·페이스·매스 등은 여전히 "예약 꽉 차"

버닝썬 사태 이후 손님이 줄어들었냐는 질문에 현직 MD는 "3월은 개학이 시작되면서 원래 손님들이 줄기 시작하는 비수기"라며 "그래도 옥타곤이나 페이스 등은 매주 주말이면 테이블 예약이 꽉꽉 찬다"고 말했다. 그는 "클럽을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고, 그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버닝썬과 아레나에서 활동하던 영업팀은 손님 명단과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데 이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영업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클럽의 과시 문화는 조금 사그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여성 MD는 "원래 강남 클럽은 홍대나 이태원 클럽과 완전 달랐다"며 "클럽에 입장했다는 것 자체가 돈이 많거나 외모가 특출 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주말 테이블을 잡는데 최소 150만~3000만원까지 매우 큰 돈이 들고, 옷차림이나 외모에서도 입장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강남 클럽 손님들만의 과시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비싼 술을 시키는 테이블에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여성이 술병에 폭죽을 꽂아 배달해주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분위기를 형성시켜준 것도 그 맥락"이라며 "요즘은 뉴스에서 워낙 이런 부분들을 안 좋게 보다 보니 서로서로 약간 자제하는 분위기 같다"고 전했다.

◇“편법ㆍ불법 처벌 OK, 클럽 자체 매도 NO”

버닝썬 사태로 인해 강남 클럽 문화 및 유흥산업 전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바를 운영하는 A씨는 "강남의 모든 클럽과 유흥업소가 탈세를 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처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관할 기관이 편법과 불법을 방관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해 합법적이고 건전한 유흥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우선이다. 모든 강남 술집들을 싸잡아 매도하면 우리처럼 법을 다 지켜가며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클럽에 자주 간다는 여성 B씨는 "7~8년 동안 클럽에 다녔지만 최근 버닝썬 사태에서 언급된 마약이나 성범죄는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범죄가 벌어진다면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처벌하면 될 일이다. 젊은 사람들이 이성을 만나러 오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규정짓고 막으려 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다영ㆍ이병준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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