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ELS 10조원, 알고 투자하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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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가연계증권(ELS)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투자 열기와 관심은 지난해 주식형 펀드 붐을 뛰어 넘는다. 올 상반기 쏟아진 ELS 상품만 1500여 개, 반년 새 쏠린 돈만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금융가에선 ELS 덕분에 금융 선진국들 얘기로만 여겨지던 '파생금융상품 투자 시대'에 성큼 들어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위험은 뒷전인 채 수익률만 좇는 이른바 '묻지 마 투자'에 대한 염려다. 본지 설문 결과 투자자 열 명 중 여덟 명은 ELS가 뭔지도 모르면서 돈을 넣고 있었다.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파생금융상품 투자, 그 선두주자 격인 ELS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고 있는 것일까.

주가연계증권(ELS)은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투자상품이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원금 손실을 떠안을 위험에 처한 ELS들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괜찮다'하는 상품이 나오면 청약률이 10 대 1을 넘을 정도로 '묻지마 투자'가 여전하다. 돈 굴릴 곳이 마땅찮은 투자자와 투자자를 잡아 둘 상품이 마땅찮은 금융회사 간에 이해가 딱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한국펀드평가 김휘곤 팀장은 "펀드와 더불어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자 교육이 강화되지 않으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파생상품 투자 외면과 시장 위축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투자는 폭증하는데=올 상반기 ELS에 몰린 돈은 주식형 펀드 수탁액 증가세(상반기 13조7000억원)에 버금간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ELS에 몰린 돈은 총 9조원. 특히 증시 급락으로 주식형 펀드가 주춤했던 5월에만 한꺼번에 2조5800억원이 몰렸다. 6월 판매분까지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ELS에 몰린 돈은 11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매달 쏟아지는 ELS상품만 평균 200개가 넘을 정도다.

KIS채권평가 정은경 연구원은 "올 초 펀드 수익률이 뒷걸음치는 동안 ELS는 연초 안정적인 수익과 조기 상환 등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 상품 이해도는 바닥=직장인 김모(30.여)씨는 지난해 10월 가입한 ELS만 떠올리면 부아가 치민다. '연 8%대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창구 직원 말만 믿었다가 되레 적지않은 손해만 떠안게 될 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ELS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오해'와 '정보 부족'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본지가 ELS 등 파생금융상품에 관심이 있는 20~50대 남녀 직장인 243명을 상대로 한 면접 설문조사 결과 "ELS을 포함한 파생금융상품이 뭔지 잘 모른다"는 응답이 80%를 웃돌았다("전혀 모른다" 49.8% 포함). "파생금융상품을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ELS 투자자들도 비슷했다. ELS 가입자 중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지 안다"고 답한 이는 10명 중 2명도 안 됐다. "파생상품 가입 전에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고 답한 이 역시 7.4%에 불과했다. 심지어 ELS 투자자의 절반 이상(53.8%)은 "원금 손실 등 투자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 전문가도 잘 모른다=선진 금융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파생상품 기획과 설계 능력도 문제다. ELS는 현재 미래에셋.삼성.우리증권 등 10개 증권사가 판매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가 설계한 상품을 들여와 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내 증권사들이 '재주는 곰(국내 금융사)이 넘고 돈은 딴 쪽(외국계 증권사)이 챙긴다'는 비야냥도 흘러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첫 도입 때보다는 자체 설계 ELS가 많이 늘긴 했지만 요즘도 외국계 증권사에 지불하는 ELS 관련 수수료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ELS=투자금의 90%가량을 안전한 채권에, 나머지 자산을 워런트(warrant) 등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파생 금융상품. 보통 '시중은행금리+α'가 적정 기대 수익률이다.

표재용.손해용.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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