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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AS합니다...[고란의 어쩌다 투자]실검 1위 비트코인...만우절 장난 때문에 올랐다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오후 1시 30분,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급등했습니다. 왜 올랐을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는 기사(아래)를 썼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아무도 모른다는 기사를 이리도 길게…” 라는 ‘팩폭(팩트 폭행)’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를 비롯해 기사가 나간 뒤 직간접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다른 몇 가지 가설을 더 세워 봤습니다.

①고래설과 관련해 코인베이스ㆍ비트스템프 등 해외 메이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약 1000억 원어치 사들인 ‘미스터리한 매수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1000억 원만으로 시장 전체를 움직였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1000억 원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②고래의 대량 매수로 저항선인 4200달러에 집중돼 있던 매물대가 사라졌습니다. 이후엔 팔자 물량이 없으니 가격이 가파르게 오릅니다. 선물 거래소인 비트맥스에서 비트코인을 공매도했던 세력이 갑작스런 상승에 당황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야 돈을 버는데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겁니다. 행여나 손실을 보면 어쩌나 이들이 비트코인을 되갚기 위한 매수에 들어갑니다. 이런 걸 ‘숏커버링’이라고 합니다. 이런 물량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는 가설입니다.

③일부는 중국계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집중된 것에 주목, 미ㆍ중 무역전쟁과의 관련성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이 달러 기축을 위협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거대한 음모론적 시각에서 접근한 가설입니다.

④이쯤이면 오를 때가 됐다는 자연 반등설입니다. 특히 내년 5~6월 즈음에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시작됩니다. 역사적으로 반감기 시작 1년여 전부터는 비트코인 가격이 완연한 상승 흐름을 보였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왜 올랐을까요? 결국, 이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이 반응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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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비트코인’이 올랐습니다. 녹색창의 ‘경제’와 ‘IT’ 카테고리 뉴스의 대부분을 비트코인 관련 소식이 점령했습니다. 왜냐고요? 이날 오후 1시 30분을 기점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폭등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내줬던 500만 원선을 넘었습니다. 그간 범접할 수 없는 ‘마의 벽’ 같았는데 가뿐하게 50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도대체 이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걸까요.

출처: 스트래터직코인

출처: 스트래터직코인


”SEC가 비트코인ETF 승인“...만우절 장난에 가격 급등?
급등의 첫 번째 이유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소식을 꼽습니다. 진짜냐고요? 가짜입니다. 4월 1일은 만우절입니다. 해외에서는 언론도 만우절 장난에 동참합니다. 가짜 뉴스를 1면에 보도하곤 합니다. 덕분에 국내 언론사들이 낚여 오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중앙일보도 2008년에 낚시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만우절만 되면 국제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사를 살핍니다). SEC가 비트코인ETF를 승인했다는 가짜 뉴스에 낚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사자세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는 설명입니다.

하루 전 뉴스, 시장은 왜 하루 지나 움직였나
국내에서 인용된 가짜 뉴스는 온라인 경제매체 파이낸스매그네이츠(financemagnates)가 보도한 ‘SEC가 폭탄을 떨어트리다’는 제목의 기사입니다(지금은 사람들의 항의가 많았는지 제목에도 ‘만우절 장난(April Fool’s)‘이라는 문구를 달았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본문을 읽어야지만 가짜 뉴스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지나친 투자자들이 SEC의 결정을 진짜라고 믿고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여 가격이 급등했다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이 해석엔 구멍이 너무 많습니다. 먼저, 뉴스가 나온 시점입니다. 인터넷 기사에는 ’1일 오전 7시 37분(GMT+1)‘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는 1일 오후 3시 37분입니다(썸머타임 적용).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시점은 2일 오후 1시 30분입니다. 만우절 장난이 영향을 미쳤다기엔 시간 차가 너무 벌어집니다.

출처: 업비트

출처: 업비트

만우절 장난에 속아 넘어간 아시아 호구들?
게다가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건 국내 거래소가 아닙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화양연화‘는 정부의 적대 정책과 함께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급등한 날(2일)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한 거래소는 선물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비트멕스(16%)와 그외 중국계 거래소 9곳입니다. 거래량으로 보자면 한국 투자자가 아니라, 중국 투자자들이 만우절 장난에 속아 비트코인을 샀다고 하는 편이 말이 됩니다. 블록체인 미디어 BTC원더랜드는 자사 트위터에 “중국 SNS를 통해 SEC가 비트코인ETF를 승인할 예정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 해석도 썩 납득가지 않습니다. 가짜 뉴스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500만 원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4200달러 저항선을 뚫고 거침없이 하이킥
유명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조셉 영은 이번 상승을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합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비트코인 급등은 기술적인 요인이 크다”며 “4200달러 저항선 돌파 후 급등하기 시작한 점이 이를 반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암호화폐 미디어인 코인데스크 역시 기술적 분석을 활용해 이번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설명했습니다. 기술적 분석이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2일 오후 1시 30분에 기술적 반등이 나타난 걸까요.

블록체인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ETF 상장 때문?
상장하는 건 비트코인ETF가 아니라, 블록체인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ETF라는 뉴스도 있습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블록체인ETF가 선을 보이자마자 10억 파운드 가량이 거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이미 3월 초에 보도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가격을 움직일 만한 새로운 요소가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비트코인이 왜 올랐는데?…아무도 모른다
우리로 치면 ’코인판‘ 등과 같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해당하는 ’레딧‘에는 ”왜 비트코인이 오르는 거죠?“라는 질문이 넘쳐났습니다. “보너스 받은 월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샀다”는 추론도 나왔고요. 문자 그대로 고래(비트코인 보유량이 많은 세력)가 밀어올렸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회사 블록스트림의 샘슨 모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 걸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서, 보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언급
했습니다. 입 달린 사람이면 다들 한 마디씩 설명을 보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닐까요.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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