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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공시가격 들쭉날쭉 국민 피해보는데…국토부·지자체 네 탓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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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1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1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지금까지 이런 공시가격 발표는 없었다. 공시지가(1989년)에 이어 주택공시제도(2005년)가 도입된 이래 정부는 땅ㆍ단독주택ㆍ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매년 발표했다. 그런데 올해 후폭풍이 유독 거세다. 정부가 공시가격의 시세 대비 현실화율을 높이겠다며 대폭 올린 올해 예정 가격 뚜껑을 열고 보니 들쭉날쭉 '고무줄' 상승에 ‘깜깜이' 산정 논란이 터져 나왔다. 이 바람에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 불신은 커져만 가는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ㆍ자치단체 등에 책임을 떠넘기느라 바쁘다.

60여 개 민생지표에 공시가 활용 #잘못 산정 땐 세금·복지비 달라져

국토부는 지난 1일 지자체와 감정원이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 및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 점검 및 감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표준주택(22만 가구)의 공시가를 기준으로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주택 공시가를 열람해 보니 둘의 변동률 격차가 서울에서 최대 7.65%포인트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올해 용산구의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31.24%인데 개별주택 상승률은 27.75%에 그쳤다. 통상 둘의 격차가 1~2%포인트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용산구뿐 아니라 마포구ㆍ강남구 등에서도 올해 상승률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지자체가 올해 공시가 급등에 따른 민원 폭증을 우려해 봐주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국토부가 뒤늦게 점검에 나서겠다고 하자,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검증을 거친 결과라고 항변한다. 한국감정원 측은 “지자체가 검증을 의뢰해 2월 11일부터 3월 13일까지 문제가 없는지 검증을 거쳤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부에 감정원 직원이 파견·상주하며 관련 업무를 조율하고 있다. 국토부가 검증 결과를 알았다면 책임 전가이고, 몰랐다면 관리·감독 실패다.

시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유형ㆍ지역ㆍ가격대별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며 야심 차게 발표한 공시가격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과천시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는 공동으로 의견제출 및 이의신청을 하기 위해 주민 연명부를 받고 있다. 공시가격의 조사ㆍ산정ㆍ평가방식ㆍ시세 등 가격 결정요인의 근거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조세·복지 등 60여개의 행정지표로 활용된다. 잘못 산정되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 몫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공시가격 관련 논란이 일 때마다 “공정하게 산정했으니 정부를 믿어달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런 들쭉날쭉한 공시가격을 보고서 공정하다고 할 국민이 누가 있을까. 앞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더 올린다는 게 정책 목표다. 올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하면 공시가격 현실화는 논란과 갈등, 불안, 불신만 낳을 수밖에 없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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