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침대서 잠자는 '우렁각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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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전래동화나 민담만큼 풍부하고 친근한 이야기 보따리도 없다. 미국 디즈니의 아시아지역 TV채널인 '디즈니 채널 아시아'는 이런 사실을 재빠르게 눈치챘다.

지난 8월부터 매주 토.일요일(오후 8시30분)에 '레전드 오브 더 링 오브 파이어'라는 5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의 전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방송 중이다. 그 다섯번째로 한국의 '우렁각시'가 10월 11일 첫 방송된다.

5분 분량의 TV프로그램으로는 예외적으로 시사회를 열어 미리 공개한 '우렁각시'는 디즈니 특유의 유려한 움직임이 생생했고, 개별 성우의 목소리 더빙 대신 해설자의 나레이션만으로 줄거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한국 시청자의 눈높이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암만 봐도 한반도 같지 않은 산천이나 침대에서 일어나 밥공기를 한손에 들고 젓가락질을 하거나 한복 빨래가 옷고름 대신 단추가 달린 채 개어져 있는 장면 등이 그 예다. 특히 첫장면의 아시아 지도에서 동해가 'Sea of Japan',즉 일본해로 표기돼 있는 점은 한국 관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보였다. '우렁각시'는 시리즈의 다른 편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제작됐다.

디즈니채널의 레이먼드 미란다 사장은 이런 점에 대해 "역사적 고증보다 이야기에 담겨 있는 정수를 최대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동해의 잘못된 표기에 대해서는 시사회 현장에서 기자의 지적을 듣자마자 곧 바로잡겠다고 답했다.

사실 김치가 아무리 세계적인 음식이라 하더라도 지구 반대편에서 담근 김치 맛이 오늘 아침 우리네 밥상에 오른 것과 똑같을 수는 없는 법. 미란다 사장은 "'뮬란'이나 '포카혼타스'처럼 각 민족의 이야기를 보편적인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디즈니의 전통"이라면서 "아시아의 민담은 그런 이야기의 보고"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미.유럽.호주의 디즈니 채널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렁각시'가 아시아 지역 밖에도 선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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