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사건 담당 경찰의 극단적 선택…법원 "공무 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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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사건을 맡아오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중앙포토]

변사사건을 맡아오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중앙포토]

변사사건을 담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한 경찰관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법원에서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5일 서울고법 행정11부(김동오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 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1심처럼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순경으로 임용된 후 경기도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며 변사사건 등을 맡았다. 그는 이후 자해나 자살 등 잔인한 장면들을 지속적으로 목격해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는다고 호소하며 정신과 진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 6월 휴가 기간 중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 가로등을 들이받았고, 이 일로 청문감사실에 출석해 진술서를 썼다. 그는 같은 날 집에 돌아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A씨가 공무상 사유로 자살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 보상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5월 공무원연금공단의 판단을 뒤집고 공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비록 A씨가 어려서부터 종종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등 자살과 관련해 개인적 취약성이 있긴 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긴 건 임용된 이후인 만큼, 공무상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행위 선택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찰 조사로 정신적 충격이 더해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며 "망인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를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단이 1심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공단에 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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