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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의 뷰티풀 풋볼] 권창훈, 아킬레스건 부상 쯤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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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랑스 디종 권창훈은 지난해 5월 아킬레스건 부상을 딛고 7개월 만에 복귀했다.디종 구단의 올리비엘 크로아렉 단장은 권창훈이 워낙 열심히 재활에 임해서 팀에서도 최대로 지원했다고 했다. [사진 디종]

프랑스 디종 권창훈은 지난해 5월 아킬레스건 부상을 딛고 7개월 만에 복귀했다.디종 구단의 올리비엘 크로아렉 단장은 권창훈이 워낙 열심히 재활에 임해서 팀에서도 최대로 지원했다고 했다. [사진 디종]

아킬레스건은 발꿈치뼈 뒤쪽 위에 위치한 힘줄이다. ‘불사신’으로 불렸던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이 발꿈치였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 아킬레스건은 ‘치명적 약점’이란 의미로 쓰인다.

지난해 5월 프랑스 리그에서 다쳐 #불굴의 재활 훈련, 볼리비아전 활약 #유럽선수 상대 위해 근육량 3㎏ 늘려

프랑스 프로축구 디종FCO의 미드필더 권창훈(25)은 지난해 5월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축구 선수로서 ‘급소’를 다친 셈이었다.

아킬레스건은 십자인대 파열보다 더 심한 부상이라 할 수 있다. 재활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손흥민(27·토트넘)의 부친 손웅정(57)씨는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28세에 조기 은퇴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리그 경기 도중 아킬레스건을 다친 권창훈. [디종 소셜미디어]

지난해 5월 프랑스 리그 경기 도중 아킬레스건을 다친 권창훈. [디종 소셜미디어]

그런데 권창훈은 지난해 12월 20일, 부상을 당한 지 약 7개월(214일)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프랑스 무대에서 복귀전을 치른 뒤 한 달 만인 지난 1월엔 골도 터트렸다.

부상을 딛고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권창훈이 볼리비아전에서 슛을 하고 있다. [뉴스1]

부상을 딛고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권창훈이 볼리비아전에서 슛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창훈은 축구대표팀 소속으로 지난 22일 울산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했다. 지난해 3월 이후 거의 1년 만에 대표팀 복귀전을 치렀다.

이날 대표팀 오른쪽 날개로 나선 권창훈은 기어를 변경하듯 팀 공격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전반 25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드리블로 상대 선수 3명을 제치고 약 30m를 치고 들어갔다. 권창훈이 상대 선수를 앞에 두고 직선으로 돌파하자 스트라이커 손흥민도 덩달아 살아났다.

축구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송준섭 서울제이에스병원 원장은 “보통 아킬레스건을 다치면 회복까지 6~12개월 걸리는데, 축구선수는 1년 정도를 잡는다. 힘줄이 붙더라도 유연성이 확보돼야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권창훈이 부상 트라우마를 딛고 예전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 건, 그만큼 피나는 재활 훈련을 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권창훈은 지난해 프랑스 남부의 전문재활센터 CERS 카프브르통에서 피나는 재활을 했다. [권창훈 에이전시 월스포츠 제공]

권창훈은 지난해 프랑스 남부의 전문재활센터 CERS 카프브르통에서 피나는 재활을 했다. [권창훈 에이전시 월스포츠 제공]

지난해 5월 24일 프랑스에서 수술을 받은 권창훈은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프랑스 남부의 전문재활센터 ‘CERS 카프브르통’에서 재활을 했다. 에이전트인 월스포츠 장민석 이사는 “권창훈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는 오로지 재활 훈련에만 매진했다. 수중 치료 등 다양한 훈련을 묵묵히 소화했다”고 전했다.

권창훈은 지난해 프랑스 남부의 전문재활센터 CERS 카프브르통에서 수중치료 등 다양한 재활을 묵묵히 소화했다. [권창훈 에이전시 월스포츠 제공]

권창훈은 지난해 프랑스 남부의 전문재활센터 CERS 카프브르통에서 수중치료 등 다양한 재활을 묵묵히 소화했다. [권창훈 에이전시 월스포츠 제공]

그의 아버지 권상영씨는 “창훈이가 아직은 무리하면 안 되는데 오버해서 뛰는 게 아닌지 조마조마했다”면서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개막 직전에 다쳤지만, 창훈이는 크게 비관하지 않았다. 담담하게 이겨내더라. 그 모습을 지켜보는게 애처로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올리비엘 크로아렉 디종 단장은 권창훈이 워낙 열심히 재활에 임해서 팀에서도 최대로 지원했다고 했다. [사진 디종]

올리비엘 크로아렉 디종 단장은 권창훈이 워낙 열심히 재활에 임해서 팀에서도 최대로 지원했다고 했다. [사진 디종]

권창훈은 재활 훈련을 하면서 근육량까지 늘렸다. 권창훈은 “3㎏ 정도 찌웠다”고 말했다. 프랑스 리그에서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키운 것이다. 권창훈은 볼리비아전 후반 6분에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를 등지고 180도 돌아서 슈팅을 때렸다. 파워가 붙은 덕분에 이런 기술적인 슛도 가능했다.

지난 18일 파주NFC에 입소한 권창훈. 권창훈은 이번 입국때 옷을 딱 두벌만 갖고 왔다고 한다. 겉모습에 치중하기보다는 축구에만 전념하는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파주NFC에 입소한 권창훈. 권창훈은 이번 입국때 옷을 딱 두벌만 갖고 왔다고 한다. 겉모습에 치중하기보다는 축구에만 전념하는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연합뉴스]

빵집 아들이어서 ‘빵훈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권창훈은 볼리비아 전을 마친 뒤 “정말 재미있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볼리비아전에서 헤딩 결승골을 터트린 이청용(31·보훔)은 “창훈이는 워낙 성실한 선수라 곧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큰 부상을 당한 뒤 복귀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고 말했다.

이청용과 권창훈이 볼리비아전 득점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울산=양광삼 기자

이청용과 권창훈이 볼리비아전 득점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울산=양광삼 기자

이청용 역시 2011년 거친 태클을 당해 오른쪽 정강이뼈가 이중으로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10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지금도 이청용의 다리에는 금속핀이 박혀있다.

비 온 뒤 땅은 더 굳어진다고 한다. 이청용이 그랬듯, 권창훈의 축구 인생도 그렇다. 권창훈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월드클래스 공격수’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를 상대로 또 한번 도전에 나선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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