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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중 안전거리 사고…"벌점 중복부과 가능"

중앙일보

입력

음주운전 중 안전거리 사고에 대해 벌점 중복부과가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중 안전거리 사고에 대해 벌점 중복부과가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중 앞차와의 안전거리 미확보로 사고를 낸 뒤 달아난 운전자에게 법규 위반에 대한 벌점을 각각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모(52)씨가 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2013년 1월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앞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이에 경찰은 음주운전 벌점 100점에 안전거리 미확보 10점, 손과사고 후 미조치 15점을 부과했고, 총점 125점으로 면허를 취소했다. 도로교통법 93조 2항과 같은법 시행령 91조 1항 등에 따르면 1년간 벌점 121점을 초과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당시 쟁점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음주운전뿐 아니라 '안전거리 미확보' 등 다른 법규위반 벌점을 중복부과할 수 있는지였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벌점과 관련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법규위반이 둘 이상인 경우엔 그 중 가장 중한 것 하나만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은 법규위반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에 항목별 별점을 합산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교통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별도 법규위반 행위가 존재해 그 행위와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에 동시에 벌점을 부과하는 경우에도 그 중 가장 중한 법규위반에 대한 벌점만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음주운전을 해 교통법규를 위반한 행위와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는 별개의 벌점부과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1심은 자신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처분벌점 감경대상이라 벌점을 110점으로 깎아줘야 한다는 이씨 주장에 대해 "시행규칙은 법원에 기속력이 없고, 처분감경은 필요적인 게 아니라 임의적인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자 이씨는 사고원인이 된 법규위반 벌점 중 '가장 중한 것 하나만 적용'해야 한다며 "음주운전과 안전거리 미확보 중 음주운전 100점만 적용하면 합산 벌점은 115점에 불과해 면허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역시 "해당 규정 목적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벌점이 부과되는 걸 피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벌점을 합산해도 부당하게 과중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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