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공유경제 10년의 빛과 그늘
“공유경제는 일용직 경제(Gig Eco-nomy)가 아니다.”
공유경제 전문가 에이프릴 린 #공동체 위해 내 차와 집 내놓는 게 #효율 높이고 환경 지키는 공유 정신 #택시보다 요금 저렴한 블라블라카 #이동 수단 나누며 관광객과 소통
세계적인 공유경제 전문가 에이프릴 린 에이프릴월드와이드 설립자의 말이다. 공유경제란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첫 마디부터 인터뷰 핵심을 콕 짚은 대답이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공유경제의 진짜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그를 꼽았다. 공유경제 10년을 되돌아보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요즘 공유경제가 패션이 됐다. 여기저기에 다 ‘공유경제’란 말을 붙고 있는 듯하다.
- “아쉽다. 공유경제가 본격화한 시기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다. 10년 정도 흘렀다. 그 사이 규모가 빠르게 불어났다. 일반 시민뿐 아니라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관심도 부쩍 커졌다. 한국도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라다. 그런데 공유경제의 진짜 의미와는 다르면서 공유경제라는 브랜딩을 한 곳도 많아졌다.”
- 공유경제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 “주택을 예로 들면, 지금까지는 개인이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사는 구조다. 하지만 그 집을 하루 24시간, 주 7일 모두 활용하지는 않는다. 유형 또는 인적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첫 번째 공유경제 조건이다.”
- 인적 자원의 효율을 말했는데, 일용직 등 기업이 그때그때 인력을 빌려다 쓰는 것도 공유경제인가.
- “영어로 ‘긱 이코노미(일용직 경제)’라고 하는데, 그것은 공유경제가 아니다. 긱 이코노미는 인적 자원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이나 기능을 공유하는 형태이긴 하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중요한 조건을 갖추지 않았다.”
- 어떤 조건인가.
- “공유경제는 공동체 지향적이어야 한다. 하루하루 사람을 채용해 쓰다가 일이 끝나면 모든 관계가 끝나는 일용직 경제는 공유란 브랜드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 특히 공유는 금전적 수입보다 상위 개념이다.”
- 상당히 이상적으로 들린다. 그런 공유경제 예가 있을까.
-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블라블라카(BlaBlaCar)다. 프레드릭 마젤라가 세웠다. 유럽 전역에 퍼져있다. 블라블라카는 이동수단을 공유한다. 기존 택시 요금의 10~25%만 받는다. 돈이 목적이 아닌 셈이다. 관광객이 현지인과 이야기하며 여행할 수 있다. 관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회원 수가 7000만 명에 이른다. 기존 자원(자동차)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 친환경도 공유경제 조건인가.
- “효율성 그리고 공동체 지향성과 함께 세 가지 조건이다. 지속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원을 낭비해 환경을 해치면 그런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 올해 WEF에서 공유에서는 자원에 대한 접근이 소유보다 우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유가 어떤 것보다 중시된다. 법적 충돌이 예상된다.
- “소유권의 의미가 한국 등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나라와 영미 쪽처럼 판례를 중시하는 곳과 다를 수 있다. 집을 공유할 때 빌려 쓰는 사람이 집과 가재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집 등을 소유하는 권한보다 존중되어야 한다. 이런 공유경제는 현대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를 위해 각국이 법률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한다.”
- 현대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뭘까.
- “공유경제가 본격화한 계기가 2008년 위기라고 했다. 글로벌 경제가 대침체(Great Recession)에 빠졌다. 개인의 소득이 줄어드는 와중에 각종 자원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유경제가 떠올랐다.”
- 경제가 활성화되면 공유경제가 쇠퇴할 수도 있을 듯하다.
-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아직도 집과 차량 등이 부족하다. 물론 금이나 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은 많기는 하다(웃음). 부족한 집과 차량 등을 공유경제 메커니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에이프릴 린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공공정책을 마련하고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등에 자문해주고 있다. 그는 이홍구 전 총리 등이 졸업한 에모리대를 나와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을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