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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평 - 음악] 모차르트의 편재성과 천재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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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호 31면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천사들이 하느님을 찬양할 때에는 필경 오로지 바흐를 연주하리라고. 그러나 천사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놀 때는 단연코 모차르트를 연주할 것이라고.” 신학자 바르트(K. Barth)는 말한다. 물론 천사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 모차르트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모차르트의 인기는 올해 3월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2019 시즌을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로 시작한다(3월 28일~31일,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지난해 현대적인 해석이 돋보였던 ‘코지판 투테’ 이후, 크리스티안 파데가 연출하는 이번 ‘마술피리’에서는 밤의 여왕과 자라스트로가 선과 악의 논리로 구분되지 않고, 나약한 모습으로 갈등하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된다고 한다.

‘모차르트 스페셜’로 꾸며진 서울시향 공연(3월 2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는 개성적인 음악관을 가진 이가(R. Egarr)의 지휘와 피아노 연주로 ‘교향곡 38번 프라하’ ‘피아노 협주곡 24번’ 등이 연주된다.

올 봄 찾아오는 모차르트 공연 포스터들. [사진 각 기획사]

올 봄 찾아오는 모차르트 공연 포스터들. [사진 각 기획사]

이뿐 아니라 올 한해 우리는 공연장 곳곳에서 모차르트를 매우 많이 듣게 될 것이다. 왜 모차르트일까? 모차르트 음악은 어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편재(遍在)하는 것일까.

모차르트 음악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천재성(天才性)으로 설명되어 왔다. “모차르트의 음악인생은 따로 꾸밀 필요가 없을 만큼 매혹적이다. 모차르트는 실제로 천재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감정을 억제한 전기 작가라도 이 점 만큼은 부인할 수가 없다”(P. Gay, 1999).

‘신동 모차르트’에서 ‘신적인 모차르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타고난 천재성’은 수많은 학자에 의해 강조되었다. 그래서 모차르트 전기를 네 차례 펴낸 힐데스하임(W. Hildesheim)은 “모차르트를 교육적 모델로 내세우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그의 악보는 한번도 고친 흔적이 없으며 작품은 악보로 옮기기 전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말한다(1980).

그런데 사회학자 엘리아스(N. Elias)는 다르게 보았다. “모차르트를 이야기하면 ‘타고난 천재’니 ‘천부적인 작곡 능력’이니 하는 말들이 쉽게 나온다. 그러나 이는 생각이 좀 모자라는 표현 방식”이다. “한 인간이 모차르트 음악처럼 그렇게 예술적인 것에 대한 천부적 소질을 유전자 속에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1991). 오히려 까다로운 아버지 밑에서 음악을 배우며 철저하게 훈련 받았으며, 그 가운데 자신의 음악적 환경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면서 천재성이 발현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 모차르트를 만났던 샤흐트너(J. A. Sachtner)의 기록(1792)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그 어떤 아이보다도 무서운 집중력과 학습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모차르트 음악이 지금까지 널리 연주되는 것은 천재성 덕분이지만, 그 천재적 예술성은 타고난 것이면서 동시에 그의 내면적 노력을 통해서 발현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올 봄 음악회에서 신적인 모차르트 대신 치열한 예술혼을 가진 인간적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느껴보면 어떨까.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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