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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테러범이 “백인 정체성 새롭게 한 상징” 칭송…곤란한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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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뉴질랜드 모스크 총격 테러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곤경에 처했다. 반이민·반이슬람주의를 표방한 뉴질랜드 테러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28·호주)가 범행 전 인터넷에서 트럼프를 “백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한 상징”이라고 칭송한 게 알려지면서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다. 얼마나 더 이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뉴질랜드 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수사)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반이민 및 이슬람 혐오 정서를 전파했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백인 우월주의자 아니다” #백악관은 서둘러 논란 진화 나서

멀베이니 대행은 “대통령이 종교와 개인의 자유를 지지하는 것을 보지 않았냐”며 “대내외 사건 발생 때마다 대통령 책임론으로 정치논쟁화 하는 행태는 미국의 제도를 손상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CBS 방송에도 나와 ‘트럼프 결백론’을 폈다. 이번 참사가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전파된 점을 지적하며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비난받는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방어했다. 하지만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줄곧 반이민 정서의 핵심을 공략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역대 최장 셧다운(연방정부 폐쇄) 기록을 세우며 민주당과 대치한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공약의 경우 미국 내 반이민주의자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정책이다. 뉴질랜드 테러범이 트럼프를 영웅시한 이유도 이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특히 무슬림(이슬람교도)에 대해 수 차례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슬람이 우리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2015년 12월 대선 경선 후보 시절 “미 의회가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테러 직후 “깊은 애도의 마음과 위로를 보낸다”고 밝히긴 했지만, 앞서 다른 테러 때와 달리 피해 종교에 대한 공감을 강하게 표현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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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범행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슬람 신자를 방어하는 성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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