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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소리없이 우는 사연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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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 안성기(54)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지난 2월4일 스크린쿼터 사수 1인시위 첫주자로 나선 그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다. 영화 '한반도'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 안성기에게 '스크린쿼터'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7월3일이면 146일 동안의 1인시위도 막을 내린다.

-스크린쿼터 사수 1인 시위도 국민배우로 시작해 '국민감독' 임권택으로 막을 내린다.

▶그렇다. 당초 현행 스크린쿼터 일수인 146일에 맞춰 진행키로 했던 것이었다.

-안성기씨가 첫주자로 나선 모습을 보고 김혜수씨가 울었다고 했다. 오십 넘은 나이에 길거리에 선 모습이 안쓰러웠던 게다.

▶사실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없다. 스크린쿼터 지키겠다는 나라도 없고, 그 지키겠다는 것 때문에 국민들에게 이렇게 지탄받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집단 이기주의라고 얼마나 싫은 소리를 했나.

-마음 고생이 심하셨던 것 같다.

▶네티즌들은 영화인들 보고 그런다. "외제차 타고 다니면서 국산영화 보라고 외친다"고. 우리의 주장이고 뭐고는 그냥 공허하다. 그냥 '외제차 논란' 만 선명히 각인돼 있을 뿐이다.

-1인시위는 어떻게 시작됐나.

▶연초에 상황이 무척 안좋았다. 정부는 "영화인들 사이에 집단 이기주의가 있다"고 하면서 슬슬 우리를 묶어놓기 시작했다. 완전히 우리로 하여금 힘을 못쓰게 한 거지. 국민들도 전부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1인시위를 생각했다. 그러면 사진도 찍어주고 기사도 내주겠지, 그러면 우리 얘기도 알릴 수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최근에는 우리 영화인들 말고도 한미FTA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민 인식도 점점 바뀌는 것 같다. 처음 우리가 한미FTA 저지와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쳤을 때는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더니 요즘에는 그런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어쨌든 7월1일부터 스크린쿼터가 73일로 줄어든다.

▶우리 주장은 한미FTA가 물 건너가면 스크린쿼터는 반드시 원위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왜 받은 것도 없이 주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국회를 움직여서 아예 모법으로 스크린쿼터를 못박아넣도록 힘을 다하겠다. 어떤 지원책보다 스크린쿼터만 있다면 어떻게든 한국영화를 꾸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도 스크린쿼터 못지않은 자국영화 지원책이 많더라.

▶그렇다. 각 나라마다 다 있다. 미국이 특히나 우리나라를 신경쓰는 건 우리의 좁은 영화시장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우리나라 스크린쿼터를 벤치마킹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국영화 상영일수가 1년중) 5분의2인데 중국은 66.6%로 한다고 공표했잖은가. 전세계에서 미국영화가 차지하는 시장 비율이 현재 85%인데 이것이 50%로 떨어질까봐 이렇게 미국이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자국영화 시장을 위해 우리나라처럼 영화인들이 안 나선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나선다. 톰 행크스가 미국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한다"고 주장 안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알아서 (우리영화 살리는 것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갑갑하신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인들의 밥그릇 챙기기 시선으로만 봐주는 것이 힘들었다.

-1인시위가 진행되면서 고마웠던 후배 영화인들이 있나.

▶요번에는 최민식씨와 정진영씨가 굉장히 고마웠다. 특히 최민식씨의 경우에는 안티가 그렇게 많이 생기고 여러 안좋은 말을 들으면서까지 (시위 및 집회에) 나섰다. 그건 옳다는 소신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거다.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먹고 사는 배우가 이 일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데 뭐가 좋겠는가. 그러나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해준 게 고마웠던 것이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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