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이 문제 왜 틀렸을까? 다각적 분석 후 원인·해법 찾는 공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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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상희 수능 국어 강사

수험생에게 3월은 단순히 꽃피는 계절이 아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모의고사가 처음으로 진행되는 시기다. 학생은 수능으로 가는 첫 관문을 거친 후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수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공부 계획을 세운다. 지난 7일 서울교육청이 주관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끝났다. 박상희국어연구소를 운영하며 수능 국어 강사로 입시 일선에서 뛰고 있는 박상희 강사를 만나 모의고사 국어 영역 오답 노트 정리법부터 성적별로 구분되는 공부 방향에 대해 물었다.

비문학 부문도 오답 노트 정리 #3~4등급은 수능 전문 수업 듣기 #1등급은 고난도 문제 집중 풀이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박상희국어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희 강사가 3월 모의고사 오답 노트를 정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박상희국어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희 강사가 3월 모의고사 오답 노트를 정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박상희 강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전 강남대성학원
이투스 온라인 강의, 대치·분당 시대인재
목동·분당 명인학원, 시대인재N, 이투스 앤써 강의
박상희국어연구소 대표이사

3월 모의고사, 어떤 의미가 있나.
“지금까지 진행한 학습을 점검하는 첫 관문이다. 본격적으로 수능을 공부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자신이 그동안 공부한 것이 실전 시험 현장에서는 어떻게 반영되는지 점검하고, 취약 부분이 어딘지를 확인하는 기회다. ‘3월 점수가 수능 점수인가요?’라고 질문하는 학생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앞으로 8개월이 남았다. 이 기간은 많은 변화를 만들고 놀라운 성장을 일궈 낼 수 있는 긴 시간이다. 다만 3월 교육청 시험 등을 기회로 자신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나머지 수험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최적의 시나리오를 생성해야 한다.”
성적보다 틀린 문제 확인이 더욱 중요할 것 같은데.
“최대한 구체적으로 틀린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문법 문제를 틀렸다고 무조건 문법 개념을 다시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문법 문제를 틀렸어도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이 문제일 수 있고 데이터의 상관성을 비교하는 논리 훈련이 부족해서 틀릴 수도 있다. 또 선지 문장을 오독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이처럼 오답은 단순히 답과 오답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내가 이 문제를 왜 틀렸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원인과 해결안까지 생각하는 수순으로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
비문학 부문은 항상 새로운 지문이 나오기 때문에 오답 노트가 따로 필요 없을 것 같다.
“아니다. 비문학 부문도 오답 노트 정리와 그에 따른 진단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독해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혹은 특정 문제 유형에 약한 것인지 등을 상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또 비문학 부문은 시험마다 늘 새로운 지문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독해력과 논리력을 키워야 한다. 여러 글을 읽고 독해하고 논리를 파악하는 읽기 훈련을 철저히 진행하면 어떤 지문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문학 부문에서 오답 노트를 정리할 때는 문제에 대한 실전 논리가 부족했는지, 혹은 개념 부분이 흔들린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EBS 교재의 문학 작품에서 틀렸다면 단순 오답 노트 정리에서 더 나아가 ‘시험에 나온 것을 기회로 작품을 점검해 놔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더욱 깊이 공부한다.”
20여 명의 수능 국어 전문가가 수능 국어 교재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박상희국어연구소’.

20여 명의 수능 국어 전문가가 수능 국어 교재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박상희국어연구소’.

‘언어 영역은 타고나야 잘할 수 있다’ 또는 ‘언어감이 뛰어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어는 언어적 사고가 부족한 학생에겐 성적 올리기 힘든 과목인데.
“시험 결과가 3~4등급이거나 그 이하라면 상당한 절망감이 들었을 것이다. ‘열심히 한다고 될까?’라는 마음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은 단순 국어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고 수능 국어 시험을 보는 것임을 명심하자. 어느 정도 패턴과 출제 방향이 제시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적의 학습법으로 공부한다면 성적을 올릴 수 있다. 3~6월에 최대한 기출문제를 많이 풀고 수능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면 된다. 또 7~10월에는 다양한 모의고사 문제를 풀면서 실전 감각을 기르면 된다. 또 3~4등급의 학생이라면 ‘전문적인 수능 수업을 찾아 듣기’를 추천한다. 한정된 시간 안에 목표에 도달하려면 효율적인 방향과 커리큘럼이 갖춰진 틀 안에서 학습량을 소화하는 것이 도움된다.”
반대로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도 고민은 많다. 1등급 받은 학생이 수능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3월에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계속해서 기본을 점검하고 동시에 고난도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풀어야 한다. 비문학 같은 경우 공부한 기출문제 중에 쉽게 읽고 푼 지문들을 제외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지문과 문제를 선별해 깊이 들어가 보는 공부를 추천한다. 지문은 어떤 식으로 설계됐고 문제는 무엇을 묻고 있고 어려운 문항은 어디에서 어떻게 출현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훈련이다. 같은 지문에 대해 관점의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깊이 들여다보는 공부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20여 명의 수능 국어 전문가가 수능 국어 교재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박상희국어연구소’.

20여 명의 수능 국어 전문가가 수능 국어 교재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박상희국어연구소’.

지난 수능, 국어 시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올해 수험생도 이처럼 어려운 국어 시험을 준비해야 할까.
“지난 수능만큼 어렵지는 않겠지만, 국어는 당분간 높은 난이도를 유지할 것 같다. 수능에서 변별력을 가르는 과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대비하는 특별한 비법(秘法)은 없다. 열심히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접근법을 훈련하고 개념을 정리한다. 또 EBS 언어를 학습하고 모의고사 훈련을 꾸준히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한 가지 조언하고 싶다. 어떤 공부든 실전과 동떨어진 연습은 좋지 않다는 것. 시험장에서 낯선 시를 접해서 그것을 읽고 푸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얼마만의 시간이 허락될까. 현실은 간신히 첫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한번 읽고 문제로 들어가지 않을까. 그런데 낯선 시를 읽어내는 방법을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게 훈련한다면 그건 실전에 독이 되는 훈련이 된다. 실전에 도움이 되는 접근법을 훈련해야 한다. 분석도 마치 ‘분석을 위한 분석’ ‘분석 잘하기 대회’에 임하는 자세로 달려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도움되지 않는다. 반드시 ‘이런 유형을 수능 시험장에서 만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실전적 고민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내용 역시 철저히 문제가 잘 풀리는 방향으로 즉 실전적인 포커스를 잃지 않고 훈련해야 한다.”
수능 전에 ‘○○만큼은 꼭 공부해라’는 내용이 있을까.
“2016년 6월부터 진행된 3개년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고 분석하길 추천한다. 또 EBS 학습과 실전 모의고사 훈련이 꼭 필요하다. 실전 모의고사는 검증된 기관이 제출한 것으로 훈련하는 게 좋다. 특히 개념은 교과서적 기본 사항에 기반하면서 수능과 같은 난도를 확보하는 ‘한수 모의고사’ 등이 도움된다. 이 모의고사는 한국교육평가인증이 기획하고 개발했다. 3월 교육청 대비 모의고사 2회 분을 풀고 해설했는데, 문학은 EBS 연계 반영이 훌륭했다. 각 작품의 난해한 부분을 잘 발췌해서 보여줬다. 문법과 독서 부분도 수험생이 훈련하기 좋았다.”
한수 모의고사 해설 강의를 유튜브에서 제공하고 있던데, 그 계기는.
“올해 초 한교평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 함께 강의하자는 제안을 받고 한교평의 집필진을 살폈다. 구성원을 보니 신뢰가 생겼고, 좋은 콘텐트가 나올 거란 기대감에 한수 모의고사와 함께 일하게 됐다. 1, 2회 차 모의고사를 받아본 결과 학생들이 문제만 풀고 끝내기엔 아까운 모의고사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욱 많은 학생에게 좋은 학습의 기회를 주고자 유튜브 채널에 해설 강의를 올리게 됐다”
마지막으로 고3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을 열 때는 문만 열어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보통 문을 여는 동작을 하면서 문만 열지 않는다. 머릿속으로는 ‘어디에 가서 앉을까’를 고민하면서 다리는 이미 문틀을 건너갈 준비를 하고 있다. 눈으로는 반대편 사물을 보고 귀로는 뒤에서 소리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다. 실제 자신이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무심하게 문을 연다. 하지만 문을 열 때는 머리와 눈과 귀와 손, 그리고 마음을 집중해서 문을 열어야 한다. 수험 생활도 마찬가지다. 매 순간 집중해서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어 공부를 하면서 수학을 걱정하고 개념 보는 시즌에 문제풀이를 걱정하는 등 다른 걱정으로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학생을 많이 봤다. ‘문을 열 때는 문만 열자’를 주문처럼 떠올리며 완전하게 집중하며 하나씩 완성하길 바란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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