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한 명 늘면 중국인 한 명 줄어" 中 '종교의 중국화'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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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중국화’가 가속 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특히 ‘기독교의 중국화’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쉬샤오훙(徐曉鴻) 중국기독교삼자(三自)애국운동위원회 주석은 “중국 교회의 성(姓)은 ‘중(中, 중국)’으로 ‘서(西, 서방)’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3기 전국정치협상회의 석상에서의 발언이다.

‘종교의 중국화’ 가속 페달 밟는 중국 # 중국 교회의 성은 ‘서’가 아닌 ‘중’ # 대대적인 십자가 철거 운동 속에 #시진핑, 이탈리아 방문 때 교황 만날까

쉬샤오훙은 “근대 이래 기독교는 서방 열강의 식민 침략을 좇아 대규모로 중국에 들어와 ‘양교(洋敎)’라 불린다”며 “적지 않은 신도가 국가의식이 결핍돼 사람들 사이에선 ‘기독교인 한 명이 늘면 중국인이 한 명 준다’는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의 반중국 세력이 기독교를 통해 중국의 사회안정을 해치고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며 “기독교의 깃발 아래 국가안전을 해치는 나쁜 무리들을 엄하게 법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쉬샤오훙은 또 “중국 교회의 성은 중국으로 서방이 아니란 점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며 “중국 기독교가 ‘양교’의 낙인을 제거할 때 비로소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핑딩산(平頂山)의 한 교회 앞을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래 '종교의 중국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허난성(河南省) 핑딩산(平頂山)의 한 교회 앞을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래 '종교의 중국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같은 쉬샤오훙의 발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래 중국에 불고 있는 ‘종교의 중국화’ 바람이 한층 더 거세질 것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지난 5일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종교 업무에 대한 당의 기본 정책을 전면적으로 관철하고 종교의 중국화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의 중국화는 시 주석이 2015년부터 강조하고 있는 정책으로 종교를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지의 소산이다. 특히 불교 등 다른 종교보다 기독교를 타깃으로 하는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건국 이후 교회를 스스로 다스리고(自治), 스스로의 헌금으로 운영하며(自養), 스스로 전도한다(自傳)는 삼자(三自) 정신을 강조하며 기독교의 토착화를 꾀하고 있으며 시 주석 집권 이후 종교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당국이 내세운 교회가 아닌 가정에서 예배를 보는 가정교회의 신자가 많은 허난(河南)성과 저장(浙江)성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십자가 철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허난성에서만 4000여 개의 교회 십자가가 철거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시 주석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이탈리아를 방문할 예정인 바 이 때 과연 교황과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티칸이 21일부터 23일까지의 일정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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