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낚시상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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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낚시에 관한 일체를 해결해드립니다.』
서울역에서 남대문으로 올라가는 길목대로변(남대문로5가 도큐호텔 뒤쪽)은 낚시애호가들이면 한번쯤 찾게되는 낚시전문상들의 거리다.
점포수는 통틀어 10개남짓.
「낚시백화점」「총판매장」등의 간만이 말해주듯 널찍한 매장에 민물·바다 가릴 것없이 낚시에 관한한 온갖 도구와 장비들이 망라돼있다.
판매 가지수가 1천여개에 이른다는 한 상회주인의 말처람 웬만한 동네 낚시점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수입·보세품, 최신 아이디어조패 (예컨대 입질감지기·야광주걱등) 들에 이르기까지 구색이 갖추어져 있으며 유명메이커제품에서 군소·가내업체 것까지 거래품도 다양해 낚시하는 사람들이 형편에 맞춰 도구를 갖추기에 안성맞춤이다.
가격은 도산매인만큼 일반 시중가격보다 10∼20%는 싸게 살수 있다는게 상인들의 얘기인데 품질이 좋지않은 제품은 아예 팔지 않는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낚시인들이 솔깃해지는 것은 이 상가사람들 누구나가 낚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요즘 잘나오는 곳은 어디며, 이맘때 미끼로 좋은 것은 무엇이고, 어디서 얼마만한게 잡혔다는등 낚시에 관한한 최신의 돌아가는 얘기들을 시시콜클히 귀동냥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생활의 여유와 함께 레저라는 말이 우리주변에 흔해지고, 특히 낚시인구가 폭증하면서 5, 6년전부터는 성시를 이뤄 낚시에 관한한 만물상이며 거래규모에서 전국 최대라는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이 상가의 역사는 태공이 읊조리던 세월처럼이나 무척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상가에서 2대째 낚시상희를 열고 있다는 대한낚시의 경우가 그 산증인이다.
현재의 주인인 송명섭씨의 시부 하삼동씨(72)가 지금의 상가부근에 대한낚시라는 간판으로 문을 연 것은 해방직후 전주인인 일본인으로부터 가게를 넘겨받으면서부터.
당시만해도 종로쪽에 낚시도매상이 하나 더 생긴 정도라 낚시점으로는 전국1호점이다시피했고, 그것이 지난 82년 며느리인 지금의 송씨에게 대물림되고, 다시 아들중 하나가 같은 간판으로 동대문쪽에 개업, 분가해 있다는 것.
현재 청량리역·종로·영등포주변등 밀집지역을 포함, 웬만한 동네마다 하나 정도로 몇년새 10배가 넘는 6백여 낚시점들 (서울지역) 이 문을 열고 있어 숫자면에서도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낚시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 역시 엄청나게 변했다는게 주인 송씨가 전하는 얘기다.
예컨대 시셈말로 요새는 택시들도 낚시꾼이라면 피해간다지만 장안에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나 고상한 취미로 낚시를 즐기던 그 시절에는 낚시장비를 지고 있으면 택시가 와서 설 정도로 낚시하는 사람에 대한 대접이 좋았다는것.
반도상회의 한 상인은 몇년전까지도 봄에서 가을, 특히 5월에서 7월까지 한철 반짝장사를 하고 늦가을부터는 달력장수에게 점포를 임대해주는게 보통이었는데 근래에는 얼음낚시다 뭐다하여 겨울에도 낚시점을 찾는 사람들이 심심챦게 많아 사철 문을 열고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시 풍광좋은 이맘때께면 낚시점들로서는 연중 가장 바쁜 시즌.
상점들마다 눈코뜰새 없이 들어서는 손님들의 주문에 응하느라 손놀릴 틈도 없을 지경이다. 이렇게 피크철을 지내고 나면 가을·겨울에는 장비수리가 주영업이 된다.
고객층은 90대 노인에서 청소년들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지만 역시 주류는 30, 40대의 샐러리맨들이 차지하고 있다.
근래 주로 많이 팔리는것은 아프터서비스가 잘되고 수리하기가 쉬운 국산유명메이커 제품들인데 반도라든가 해동·용성·로얄·은성등이 현재 알아주는 메이커들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낚싯대 몇대와 가방· 의자·망·찌·먹이등이 기본6물이 되는 낚시장비의 장만은 이들 유명메이커제품을 중심으로 하느냐, 군소업체 것을 사느냐, 하는등의 「맞추기 나름」 으로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낚싯대의 경우 2천원하는 1칸 (1.80미터짜리)부터 휘는 맛이 좋은 카본재질의 5.5칸짜리 10만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카본재질보다 가격이 낮은 합성수지 제품의 낚싯대(3칸기준 7천∼9천원선) 3대와 기타 기본장비를 갖추자면 5만∼6만원의 비용이 든다.
릴낚시의 경우 릴과 릴대·받침등 1세트를 마련하는데는 1만∼1만5천원선 (국산기준) .
최근에는 낚싯대의 흠집을 막고 밤에 사용하면 좋은 야광주걱 (개당 1천5백원)이라든가 포킷에 꼽고 쓰는 프킷용 회중등(5천원), 야간용 발광찌(8천∼1만5천원), 입질을 소리로 보다 확실하게 전해주는 입질감지기(3천5백원), 수초지역에서 사용하면 편리한 보트(1만원)등 최신 장비들도 많이 선보여 낚시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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