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개막날 스모그로 뒤덮인 베이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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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권의 연중 최대 이벤트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날인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은 새벽부터 희뿌연 스모그로 덮여 있었다. 이날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오염 예방과 퇴치를 강화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속해서 낮아졌다”며 ‘클린 중국’을 강조한 게 무색해지는 풍경이었다.

리커창 총리 업무보고서 '클린 중국' 강조했다 머쓱 #경기 둔화로 인한 공장 가동으로 올해 中 대기질 악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막한 5일 오전 인민대회당 앞에 취재진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뒤로 희뿌연 하늘이 보인다. [연합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막한 5일 오전 인민대회당 앞에 취재진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뒤로 희뿌연 하늘이 보인다. [연합뉴스]

 인민 대표들이 대회당에 입장하던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베이징의 공기질지수(AQI)는 256으로 최악 단계의 바로 아래인 5급 ‘심각한 오염’(AQI 201∼300)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206㎍/㎥에 달했다. 베이징의 공기는 이날 9시부터 1시간 40분가량 이어진 리커창 총리의 연설이 끝난 뒤에야 다소 개선됐다.

 중국 정부는 이전까지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 개막에 맞춰 수도권 일대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켜 공기질을 일시적으로 개선했다. 이 시기엔 베이징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 ‘양회 블루’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양회 기간에도 미세먼지의 습격을 피할 수 없었다. 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공기질 개선의 속도를 늦춘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미세먼지 배출을 최대한 억제해 ‘올림픽 블루’, ‘APEC 블루’를 연출했다.

 베이징의 공기 질은 정협(인민정치협상회의)이 막을 올린 3일에도 ‘심각한 오염’ 수준이었다. 베이징에는 2∼4일 대기오염 주황색 경보가 발령됐고, 4일 낮 일시적으로 맑아졌다가 저녁부터 다시 나빠졌다. 밤 12시 이후부터는 AQI 200 이상으로 올라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막한 5일 오전 톈안먼광장 앞 인민대회당 동쪽 편 도로가 완전히 차단돼 있다. 이날 오전 베이징의 공기질은 '심각한 오염' 상태였다. [연합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막한 5일 오전 톈안먼광장 앞 인민대회당 동쪽 편 도로가 완전히 차단돼 있다. 이날 오전 베이징의 공기질은 '심각한 오염' 상태였다. [연합뉴스]

 대기오염 문제는 이번 전인대의 주요 이슈이기도 하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푸른 하늘을 지키는 전쟁의 성과를 다지고 확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산화유황과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3% 감축하고 중점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계속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5년 간 중점지역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30% 이상 낮아졌다고 자랑했으나, 이번에는 초미세먼지 감축 성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실제로 중국의 올 겨울 공기질은 다시 나빠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경기 둔화에 대응해 철강과 화력 발전, 시멘트 생산 등을 위한 시설 가동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베이징과 이웃 톈진(天津)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52㎍/㎥와 81㎍/㎥로 1년 전보다 50% 넘게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대기 오염 중점 관리 지역인 징진지(京津冀)와 펀웨이(汾渭)평원에 있는 북부 39개 도시는 2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108㎍/㎥로 작년 동기보다 40% 상승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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