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치료가 가능해질까. 한국뇌연구원 코소도 요이치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4일,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이용해 대뇌피질 신경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물고기에서 추출한 콜라겐으로 대뇌피질 신경세포가 더 잘 생산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 핵심이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3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퇴행성 뇌질환(Degenerative Brain Disease)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하는 질환 중 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뇌 신경계의 정보전달에 가장 중요한 뇌 신경 세포가 사멸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과학계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를 대량으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향후 손상된 뇌 부위를 복원하면 뇌 질환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뇌연구원은 “실제로 지난해 11월 일본 교토대 연구진이 세계최초로 iPS로 만든 신경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며 “사멸한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를 새로운 신경세포로 대신해 치료를 시도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대뇌피질은 지각·생각·기억 등 고등 인지기능 수행하는 만큼,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감소와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질병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먼저 틸라피아라는 물고기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젤을 만들고, 이후 iPS를 배양해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콜라겐 젤의 강도를 인간의 뇌와 비슷한 수준인 1500Pa로 제작할 경우 기존보다 대뇌피질 신경세포가 60% 이상 더 생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보다 낮은 150Pa 강도로 제작한 콜라겐에서는 대뇌피질 신경세포 유전자군(TBR1)과 흥분성 신경세포 유전자군(VGULT1, 2)의 발현량이 현저하게 낮았다.
연구를 진행한 코소도 박사는 “뇌의 강도가 신경세포 분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특정 신경세포를 대량으로 만들어 신경 재생 치료에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뇌·내장·근육 등의 조직은 서로 강도가 다르고, 나이가 들면서도 강도가 변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질병에서 나타나는 뇌 조직의 강도를 재현하고 신경세포를 배양해 뇌 질환의 원인과 발병기전을 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신경세포를 분화하는 데 이용된 iPS는 체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로, 논란의 여지가 되는 배아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적 문제가 없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