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노이 소득 못 챙긴 김정은, 시진핑 안 만나고 귀국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베트남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동당역에서 전용 열차를 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열차는 중국 내륙을 관통해 최단 노선으로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베트남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동당역에서 전용 열차를 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열차는 중국 내륙을 관통해 최단 노선으로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대하는 북한의 속내는 복잡하다. 북한 주민들을 상대하는 관영 매체들은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하지 않은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유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수령 무오류 신화 깨져 속내 복잡 #북한 언론 “생산적 대화” 포장도

북한 내부를 향한 선전매체인 노동신문은 3일 김 위원장의 전날 베트남 귀국길을 대서특필하며 “최고 영도자께서 (동당)역에 도착하시자 환송 군중들이 꽃다발을 흔들며 역사적인 월남(베트남) 방문 성과를 열렬히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호찌민 주석의 묘소를 참배한 것과 영웅열사 추모비에 들러 헌화한 것도 각각의 기사로 다뤘다.

하지만 이번 여정의 핵심인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회담 하루 뒤인 1일 1~2면에 “최고 수뇌분들께서는 조·미 관계개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실천적 문제들에 대해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하셨다”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하셨다”고만 보도했다. 여기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밝은 표정으로 마주 앉은 사진들이 실렸다. 그러나 비핵화 조치 및 제재 완화에 대한 북·미 간 견해 차이로 오찬과 공동 서명식이 취소된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수령의 무오류 신화를 전해야 하는 북한으로서 회담이 결렬된 것은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담판했는데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내부에 어떻게 알릴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자신이 우물 안 지도자라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상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갈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겼다면 짧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내부 주민이 아닌 대외를 향한 선전매체를 통해선 회담 결렬의 원인을 미국 측으로 돌리며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재일 조총련계 조선신보는 2일 ‘전면 해제가 아니라 민생 부분만 요구’ 기사를 통해 “우리는 조·미 현 신뢰 수준으로 볼 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를 내놨는데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주장이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 비난이 아닌 미국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 신호”라며 “북한도 지도자의 리더십이 걸려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이날 이틀째 중국 대륙을 관통해 북한으로 향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베이징(北京)의 북한 대사관에는 별다른 동향이 목격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선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거쳐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