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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던 광안대교 충돌…러시아 선장은 술취해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화물선이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아 교량의 철 구조물 일부가 파손됐다. 부산시는 광안대교의 구조 안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고 후 하부도로와 연결되는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 쪽의 연결도로(램프)에서 차량통행을 금지했다. 해경은 러시아 선장 A씨를 음주운항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러시아 선장, 혈중 알코올 농도 0.086%나와 #해경, 선장이 직접 선박운항했는지 여부조사 #“항로 아닌 광안대교 진입한 원인 이해 안돼” #하부도로와 연결된 2개 램프 중 1개 통제 중 #구조 안전에 이상 없다고 확인돼야 통제 해제 #광안리~해운대 본선 상·하부도로는 이용 가능 #

28일 오후 4시20분쯤 부산항 용호만 부두에서 출항한 러시아 화물선 시그랜드 호(SEAGRAND·5998t)의 머리 부분이 광안대교의 10~11번 교각 사이 하부도로의 철 구조물을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광안대교와 반대쪽 먼 바다로 나가야 할 화물선이 광안대교 쪽으로 운항하면서 부딪히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사고 직후에도 한동안 광안대교 하부도로에서 차량이 계속 달리는 아찔한 순간이 찍혀있다.

이 사고로 하부도로의 4각형 철 구조물(강상형교)이 가로·세로 1.5X2m가량 찢어지면서 구멍이 생겼다. 전체적으로 철 구조물은 가로·세로 5X5m 정도 긁혔다. 하지만 다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화물선 충돌로 광안대교의 콘크리트 도로 아래의 찢어진 철구조물. [사진 부산시시설관리공단]

러시아 화물선 충돌로 광안대교의 콘크리트 도로 아래의 찢어진 철구조물. [사진 부산시시설관리공단]

부산 해경은 사고를 낸 후 도주하던 러시아 선박을 붙잡아 광안대교에서 외곽으로 800m가량 떨어진 안전해역에 정박하도록 한 뒤 화물선 선장 등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해경에 따르면 광안대교와의 충돌지점 수심은 9m가량이지만 정상적인 선박 항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먼바다 쪽으로 가야 할 선박이 왜 반대방향인 광안대교 쪽으로 운항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러시아인 선장을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입건 기준(0.03%)을 넘는 0.086%로 나왔다고 밝혔다. 조타실에 있던 항해사 B씨와 조타사 C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조타실 내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해 실제 선박을 운항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해사안전법에 따라 음주 상태로 조타기를 조작하거나 조작을 지시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다.

문제의 선박은 27일 오전 광안대교와 500여 m 떨어진 용호만 부두에 입항해 경북 포항에서 선적한 쇠파이프 1495t을 내렸다. 이날 오후 4시쯤 다른 화물을 싣고 다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항하던 중이었다.

이 선박은 사고 당시 도선사 도움 없이 자력으로 출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호만 부두에선 5000t 안팎의 선박은 자력으로 입출항하기도 한다. 해경은 선박이 용호만 부두 출항 직전인 3시 44분쯤 유람선 바지선과 충돌했다는 신고를 받고 이 부분도 조사 중이다.

부산시 남천동 49호 광장에서 차량통행이 금지된 하부도로 연결램프.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부산시 남천동 49호 광장에서 차량통행이 금지된 하부도로 연결램프.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사고가 나자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은 남천동 49호 광장에서 광안대교 하부도로로 진입하는 연결도로(램프)의 차량진입을 막았다. 안전진단 전문가 2명을 투입해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확인될 때까지 이 램프의 통행을 금지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퇴근 시간을 전후해 49호 광장 일대 등은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은 대신 부경대 쪽 남구 용당동에서 하부도로로 진입하는 램프를 막지는 않았다. 해운대 방향 하부도로의 본선 이용은 가능한 것이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충돌 직전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서 사고를 예견하고 항로를 바꿀 것을 지시했지만, 러시아 선박 선장이 영어가 서툴러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며 “선박이 항로가 아닌 지점에 진입하게 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28일 오후 4시23분쯤 부산 광안대교에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이 묘박돼 있는 모습. [사진 부산시]

28일 오후 4시23분쯤 부산 광안대교에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이 묘박돼 있는 모습. [사진 부산시]

부산=황선윤·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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