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바라는 가장 큰 바람은 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폭정을 막아내라는 것이다.”
28일 닻을 올린 자유한국당 황교안호(號)가 대여 투쟁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황교안 신임 한국당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자신이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대안 정당으로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황 대표는 “통합이 가장 중요하고 선행돼야 한다. 당부터 통합이 되고 더 나아가 넓은 통합까지 이뤄가는 일들이 차근차근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이날 4선의 한선교 의원을 사무총장에 내정한 것도 이런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한 의원은 범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은 상대적으로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말 원내대표 경선에선 ‘중립’을 표방하며 원내대표 후보로 나섰다. 혁신보다는 안정적 관리형 인사로 분류된다.
정치권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초 비박계나 개혁 성향을 지닌 실무형 의원이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황 대표가 내부 개혁보다는 안정과 통합을 통해 힘을 모으고 대여투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황 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이 대표는 황 대표에게 “한국당이 이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마감되고 정식으로 당 대표가 선출됐다”며 “좋은 국회, 생산적 국회가 되도록 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많이 좀 발휘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2월 국회는 우리가 열지를 못해서 공전했다. 3월 국회는 이제 빨리 열어서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 협의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 대표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국회의 어려움은 여당이 잘 풀어주셔야 정상화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또 상견례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한국당이 요구하는 여러 쟁점이 있다. 최근에 듣기에는 그런 쟁점들에 대해 교착상태가 있고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 정상화) 물꼬를 틀 방법이 없다”며 책임이 여당에게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찾아 헌화한 뒤, 방명록에 ‘위대한 대한민국의 다시 전진, 자유한국당이 이뤄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전직 대통령 묘역 방문을 첫 일정으로 택한 것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하나 되고 화합해서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간절함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 방문도 예정돼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이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방문하는 한편, 취임을 축하하러 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도 만났다.
황 대표에겐 앞으로 넘어야 할 고개가 적지 않다. 당장 ‘5ㆍ18 폄훼 발언’과 관련해 전당대회 때문에 징계논의가 유예된 김진태ㆍ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처리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의원총회를 열어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이종명 의원의 제명건도 남아있다.
또한 전당대회 토론회 과정에서 본인이 거론한 ‘태블릿PC 조작설’에 대한 출구도 찾아야 한다. 전당대회 결과에서 드러난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도 고민거리다. 그 문제가 해결이 돼야만 내년 총선 승리의 필수조건인 보수 통합의 실마리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성운·윤성민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