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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녹지측 제주도에 “녹지병원 개원 시한 연장해달라”

중앙일보

입력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을 추진 중인 중국 녹지그룹이 “개원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제주도 측에 요청했다.

3월 4일 시한까지 개원 불가능 판단 추정 #제주도, 녹지측 요구 판단해 답 내놓을 것

제주도는 27일 “녹지그룹 측이 전날 공문을 보내 ‘3월 4일로 예정된 병원 개원 시한을 미뤄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의료계 안팎에선 사업자인 녹지 측이 정해진 기한 내에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의 핵심인력인 의사를 단 한명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개원 조건을 갖추지 못해서다. 의료연대 제주본부에 따르면 녹지병원은 현재 채용한 의사 9명 전원이 사직한 상태다.

녹지 국제병원이 정상적으로 진료를 개시하려면 기한 내에 의사면허증을 제출해야 한다. 최근 취재진이 찾은 병원의 모습도 정상 개원이 불투명해 보였다. 모든 출입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병원 인근 헬스케어타운 내 리조트 공사 현장의 장비도 멈춰선 상태였다.

지난 8일 제주 녹지국제병원. 출입구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8일 제주 녹지국제병원. 출입구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5일 녹지병원에 대한 설립을 허가했다. 개원 시한인 다음달 4일까지 개원하지 않으면 청문 절차를 거친 후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개설허가를 받은 지 3개월(90일) 내에 문을 열도록 규정돼 있어서다. 다만 제주도가 개원 연장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엔 법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녹지 측은 지난 14일 제주지법에 ‘진료대상자를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 명의로 낸 ‘개설허가 조건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통해서다. 제주도는 개원 시한 내 허가 취소 청문절차를 밟기 전까지 이번 행정소송이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제주시 녹지그룹 사무실. 최충일 기자

제주시 녹지그룹 사무실. 최충일 기자

녹지 측은 이번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병원 사업 철회를 위해 8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개원 시한인 3월 4일까지 제주도 차원의 종합적인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영리병원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제주도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녹지국제병원의 운영 허가를 취소하고 공공병원으로 인수하라”고 주장했다. “녹지 국제병원이 제때 공사대금 등을 지불하지 못해 가압류를 당하는 등 정상적인 개원 조건을 갖추지 못한 만큼 개원허가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투자개방형병원 개설에 따른 의료공공성 훼손도 우려되는 만큼 공공병원으로 전환해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영리병원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녹지 국제병원은 2017년에 공사대금 1218억원을 지불하지 못해 대우건설·포스코·한화건설 등 3개 건설회사에 병원 건물 등을 가압류 당한 상태다. 지난 14일에는 병원 시공사 등 제주도내 3개 업체로부터 21억4866만원을 추가로 가압류 당하기도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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