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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 지역사회 살리는 리더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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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융합 교육에 더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숙명여대는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인문사회 전공으로도 확대하고 교양 과목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변선구 기자]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융합 교육에 더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숙명여대는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인문사회 전공으로도 확대하고 교양 과목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변선구 기자]

숙명여대 학생들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만세 운동을 재현한다. 학생들이 만세를 부르는 가운데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할 계획이다. 1906년 대한제국 황실이 토지와 비용을 제공해 설립한 민족 사학의 대표자 자격으로서다. 지난 22일 만난 강 총장은 대학 역사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113년 전 황실의 구국 애족 창학 이념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총장과의 일문일답.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대한제국 창학 이념 이어받아 #‘숙명공대’ 인문학·예술도 접목 #서울지역 여대 취업률 1위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분위기가 남다른 것 같다.
“고종황제의 비(妃)인 순헌황귀비가 민족을 지키려면 여성 교육이 중요하다며 세운 대학이다. 민족 여성교육의 대표 기관이자 학생 항일운동에 앞장선 대학으로서 3·1운동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용산구청과 협의해 학교 앞을 ‘순헌황귀비길’로 명명했고 효창공원과 대학을 잇는 ‘독립로드’도 조성하고 있다. 3월엔 숙명역사관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숙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도 소개하려 한다.”
대한제국 때 받은 대학 땅 문제로 소송을 오래 치렀는데.
“대한제국이 하사한 청파동 부지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이용료를 내라며 변상금을 부과했다. 6년 소송 끝에 지난해 대법원에서 황실 토지를 무상 사용하도록 한 계약이 유효하다는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한제국이 일제 강점기에 사라져 벌어진 혼란이지만 이제라도 법적 정당성을 확보해 다행이다.”
취임하면서 ‘르네상스 숙명’이란 비전을 발표했다.
“르네상스 숙명은 ‘국가와 민족에 기여하는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다’는 창학 이념을 근간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미다. 융합과 공유를 강조하면서 작게는 청파동, 서울시 등 지역사회부터 나아가 국가에 기여하는 ‘상생하는 대학’이 되자는 뜻이다.”
상생하는 대학을 어떻게 실현하나.
“대학이 가진 창의적 자산을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쓰는 것이다. 지난해 학생들이 학교 인근 용문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래동화 콘셉트의 지역 축제를 개최해 많은 인파를 불러모았다. 또  의류학과 학생들이 서계동 봉제협회와 함께 패션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용산 전자상가 살리기에도 참여해 예비 창업가들과 숙명여대의 기술을 연계하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 리더를 키운다는 목표다.”

숙명여대는 2016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 선정돼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숙명여대 의류학과 교수·학생들이 서계동 주민들과 함께 설립한 여성복 브랜드 ‘이음’이 대표적이다. 서계동은 과거 봉제산업이 활발했지만, 현재는 낙후된 지역이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들이 새로운 패션 아이디어를 내놓고 주민들을 모델로 한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면서 지역 산업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서계동에 봉제 장인과 디자이너가 함께 하는 ‘코워킹 팩토리(Co- working factory)’를 세웠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패션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장 교육’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1차부터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는 강의실에서 이론만 잘 가르치기만 해도 됐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봉제협회든, 전자상가든 직면한 문제가 있다면 현장으로 뛰어들어가 직접 해결해보는 교육이 중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학생들이 취업뿐 아니라 창업·창직(創職)의 역량을 쌓을 수 있다.”
2015년 만든 공대는 어떻게 평가하나.
“신입생 모집 3년이 지난 지금 ‘숙명공대’라는 브랜드가 학생들에게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오고 있다. 좋은 교수를 초빙하려 계속 노력 중이다. 최근에 시작된 공대지만 다른 대학을 따라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공학이라는 베이스에 인문학, 젠더 감수성, 예술적 감성 등을 녹여내려 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강한 약학, 식품영양, 생명과학 등을 화학공학과 접목해 화장품 산업에 특화할 수 있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데, 극복할 방안은.
“지난해 서울 소재 여대 가운데 취업률 1위(63%)를 차지했다. 개별적으로 경력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스노웨이(SNOW WAY)라는 포털시스템을 2017년부터 운영했다. 학생들의 활동 실적을 축적하고 커리어 방향에 따라 현재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더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분석해준다. 숙명 선배들로 구성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단단한 네트워크를 쌓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여대의 가치는.
“사용자 개별 특성에 맞춘 제품이 앞으로의 트렌드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적 제품이 많다. 여대는 젠더 특성에 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 또 예전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균형이 심한 곳이 많다. 우리 대학이 더 많은 여성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이유다.”
새해 신년사로 ‘구성원이 행복한 대학’을 내세운 이유는.
“우리 대학 연구진이 2017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절반이 우울증을 앓거나 우려가 있다고 한다. 교우관계와 진로 등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이 곧 대학 경쟁력 유지라고 할 수 있다. 학생생활상담소를 강화해 모든 신입생에게 온라인 검사를 실시하고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지난해 개소한 ‘인권센터’를 통해 성차별 등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를 상담하고 구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강정애 총장

숙명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숙명여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6년간 학내 취업경력개발원장을 맡아 취업 전문가로 꼽힌다. 학생에게 전공 지식 뿐 아니라 인생 선배의 경험도 전해야 한다며 ‘멘토링 프로그램’을 정규 수업으로 만들기도 했다. 인사관리 분야 전문가로 한국인사관리학회장,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6년 9월 총장에 취임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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