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애플처럼···갤럭시 폴드에 이어폰 단자 없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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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삼성전자의 폴더블 신제품 ‘갤럭시 폴드’로 음악이나 영상을 감상할 땐 무선 이어폰을 이용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2일 “폴더블 폰에는 3.5㎜ 헤드셋 단자가 따로 없다"며 “새로 출시된 무선 헤드셋 ‘갤럭시 버즈’가 유선 이어폰 대신 생생한 음질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일 언팩에서 공개된 갤럭시 폴드 하단부에는 왼쪽에 스피커, 오른쪽에 USB-C 포트 단자만 있을 뿐 이어폰 연결용 단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일 언팩 당시 공개된 갤럭시폴드의 실제 모습. 펼쳐진 디스플레이 좌측에는 스피커가 있고 오른쪽에는 USB 포트,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두줄씩 안테나 밴드가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어폰용 단자를 없앤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선 기존 갤럭시 시리즈와 각종 센서 등 부품 구조가 다른 폴더블 폰의 특성 때문에 유선 헤드셋 단자를 없앤 것으로 분석한다. 갤럭시 폴드는 지문 인식 센서도 S10·S10플러스와 달리 물리 버튼으로 따로 있다. S10과 S10플러스에는 지문인식 센서가 디스플레이에 내장돼 있다.

에어팟 출시 약 3년 만에…애플 따라간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S10과 갤럭시 폴드를 동시 공개하면서 와이어리스 헤드셋인 갤럭시 버즈를 함께 내놨다. 웨어러블 '기어' 시리즈의 무선 이어폰 '아이콘X'와는 다른 상품이다.

앞서 2016년, 애플은 삼성전자 보다 앞서 아이폰7부터 3.5㎜ 단자를 없앴다. 당시 애플은 “홈버튼에 지문 인식 센서를 탑재하는 문제로 물리적 공간이 모자라 3.5㎜ 잭을 없앴다”고 밝혔다. 대신 무선 헤드셋 '에어팟'을 출시했다. 에어팟이 없어도 ‘라이트닝 포트(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따지면 USB포트 격)’에 유선 이어폰을 꽂아 넣어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기존 이어폰에서 줄을 떼어버린 애플 '에어팟'은 연간 약 2800만대가 팔렸다. [사진 애플]

지난해 출시한 S9과 노트9만 하더라도 유선 이어폰용 단자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결국 약 3년 만에 애플의 ‘와이어리스 헤드폰’을 따라가게 됐다. 최근 중국 시장부터 내놓은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9프로'에도 삼성전자는 3.5㎜ 단자를 제거했다. USB-C 포트 단자에 이어폰을 직접 삽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애플 에어팟과 유사한 화웨이의 무선 이어폰 '프리버드'. 김영민 기자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화웨이는 2017년 '메이트10프로'를 공개했을 때부터 3.5㎜ 헤드셋 단자를 없앴고, 무선 이어폰 '프리버드' 시리즈까지 내놓고 있다.

USB포트에 꽂을 수 있는 이어폰 내놓을지 주목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갤럭시 폴드에 USB-C 용 유선 이어폰이 번들(자매품)로 제공될지 대해선 따로 전달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폴드와 달리 S10시리즈에는 3.5㎜ 잭이 남겨졌다. 이뿐 아니라 S10시리즈 가운데 S10·S10플러스를 예약 구매한 소비자에겐 갤럭시 버즈가 번들로 제공된다. 갤럭시 버즈 출시가는 129달러(약 15만원)로 에어팟(169달러) 대비 저렴하다.

지난 21일 서울에서 미디어 대상 공개된 삼성의 새로운 무선헤드셋 '갤럭시 버즈'. 김영민 기자

갤럭시 폴드에 유선 이어폰용 단자를 없애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간 '상대 장점 따라하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 노트시리즈에 있는 펜과 유사한 '애플 펜슬'을 넣은 아이패드를 판매하고 있다. 고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처음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누가 펜을 원하겠냐. 터치할 수 있는 세상의 가장 좋은 도구는 손가락”이라고 밝혔지만, 잡스 사후 팀 쿡 CEO는 삼성 노트시리즈처럼 전자펜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애플이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대화면 스마트폰도 갤럭시 노트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