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대대적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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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스라엘군의 가자시티 인근 공습으로 파괴된 교량을 팔레스타인인들이 28일 둘러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 민병대에 의해 이스라엘 병사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피랍되자 지난해 9월 가자지구 정착촌에서 완전히 철수한 이후 처음으로 이 지역에 본격적인 공격을 가했다. [가자시티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인질로 잡힌 자국 병사를 구출하기 위해 28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에 병력을 투입, 대규모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점령한 가자지구에서 지난해 9월 병력을 철수한 뒤 자국 쪽으로 로켓탄을 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거점이나 주요 무장단체 지도자를 겨냥한 포격과 폭격을 해오기는 했으나 이처럼 대규모 병력을 들여보내기는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0시 가자지구를 공습해 주요 교량 세 곳과 발전소를 파괴한 데 이어 공격용 헬기와 탱크.장갑차와 함께 지상군을 가자지구 남부 일대에 진입시켰다. 팔레스타인 무장요원들은 주요 도로에 방호벽을 쌓고 곳곳에서 교전을 벌였다. 날이 밝으면서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장갑차로 주요 무장단체의 거점을 둘러싸고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인질 수색 작전을 펼쳤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작전 시작 직후 "이번 작전의 목적은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를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라며 "작전이 끝나면 모든 병력이 곧바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세의 프랑스 출신 유대인 길라드 샬리트 상병은 25일 가자지구 남부 케렘 샬롬 키부츠 인근 초소에서 근무 중 납치됐다. 이날 팔레스타인의 인민저항위원회(PRC) 소속 무장대원 8명은 300m 길이의 땅굴을 이용해 초소를 급습, 근무 중이던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살해하고 샬리트 상병을 인질로 잡아갔다. PRC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여성과 미성년자들을 석방하면 샬리트에 대한 정보를 주겠다"고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이 단체는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민 1명도 억류 중이라며 "반대급부가 없이는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이번 사태로 5월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팔레스타인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암묵적으로 인정하자'는 마무드 압바스 수반의 파타당 제안을 27일 수용했다.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우리는 인질의 행방을 모른다"며 보안군을 동원, PRC가 억류 중인 인질들의 소재 파악에 들어갔다. 아울러 무장단체에 인질을 살해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집트에 인질 석방을 위한 중재도 요청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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