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통장에 나도 모르는 돈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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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키다리 아저씨' 같은 후원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흔히 하는 상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펀드 통장에 처음 본 사람의 이름으로 돈이 입금된 것을 보고 상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재투자'입니다. 실망스럽게도 재투자는 사람이 아니라 회계상의 개념입니다. 1년마다 실시하는 펀드 결산 결과 펀드에 재투자된 이익금 내역이 통장에 찍힌 것입니다.

개별 투자시점에 관계없이 펀드 설정일로부터 1년 단위로 실시하는 결산은 일반 기업의 연간결산과 같습니다. 다만 펀드는 자금운용 결과 발생한 이익금을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대신 세금공제 후 모두 펀드에 다시 투자합니다. 발생한 이익금으로 펀드 수익증권(뮤추얼펀드는 주식)을 더 사서 고객 통장에 입금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 사실을 모르는 투자자는 통장에 늘어난 잔액을 보고 오해를 하기 마련입니다.

재투자 후에 펀드 기준가는 설정일 기준가인 1000원으로 되돌아갑니다. 펀드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투자자에게 모두 되돌려줬기 때문에 펀드가 처음 설정됐을 때의 가격인 1좌당 1원으로 환원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돌려줄 이익이 없다면 결산도 하지 않고 1000원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번거로운 일을 왜 매년 실시할까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그해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적용합니다. 그리고 금융소득은 소득이 실현된 해의 소득만을 합산하게 됩니다.

만약 돈을 인출할 때만 세금을 부과한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매년 결산을 해 금융소득을 연도별로 분산하면 4000만원을 넘지 않을 사람이 결산 없이 한꺼번에 자금을 인출할 경우 4000만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펀드뿐 아니라 모든 금융상품은 1년마다 결산을 하고 한 해 동안의 금융소득을 확정합니다.

참고로 재투자로 늘어난 돈은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에 상관없이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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