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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1.08인구재앙막자] "자식 신세 안 질 거야…실버타운 있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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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촌동 시니어스타워에서 노인들이 수영 강습을 받고 있다. 최승식 기자

#1. "가끔 얼굴 보면 되지 나이 들어 자식한테 신세 질 필요 없지. 운동도 하고, 간호사들 가까이 있으니 아파도 큰 걱정 없어. 집사람도 밥 안 하니 좋아해. 다만 친구들이 '벌써 양로원에 들어갔느냐'고 생각하는 게 좀 그렇지. 난 지금도 일하는데…." 22일 오전 서울 등촌3동 시니어스타워에서 만난 홍성연(71)씨는 이른바 '실버타운'의 생활을 이렇게 설명했다. 경찰간부로 퇴직한 그는 3년 전 살던 집을 팔고 시니어스타워 46평형을 분양받아 부인(67)과 함께 산다. 입주하는 데 분양대금과 시설운영 선납금을 포함해 3억9000만원이 들었다. 식대.관리비 등으로 매달 100만원 좀 넘게 내며 산다. 매달 내는 돈은 조그마한 철강회사 고문으로 일하며 번다.

#2. 같은 날 오후 서울 진관외동 사회복지법인 인덕원이 운영하는 유료노인요양시설 호암마을. 건물에 들어서자 노랫소리가 먼저 들렸다. 3층 강당에서 외부 강사가 노인 50여 명을 대상으로 노래교실을 진행하고 있었다. 김지경 사회복지사는 "아픈 노인이 오는 곳이어서 침대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여가를 즐기고 정서적으로 안정시켜주기 위해 노래교실 등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건강이 나쁜 65세 이상 노인 110여 명이 산다. 간병인.간호사 등 60여 명이 이들을 돌본다. 의사.한의사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노인들의 건강을 체크한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산업'은 주거시설에서 여가.금융.정보기기 등 산업 전 분야를 포괄한다. 산업 규모를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낸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전략' 보고서는 실버산업 규모를 2002년 현재 6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또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2010년 31조원, 2020년에는 116조원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실버산업 중 특히 최근 관심이 큰 분야는 흔히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노인용 주거시설이다.

◆ 비용에 따라 거주 여건 다양='실버타운'은 '정확히 이런 곳'이라는 규정은 없다. 노인복지법상으로는 단독 혹은 복합으로 구성된 '유료 양로시설' 혹은 '유료 노인복지주택'을 말한다. 유료 요양시설이 포함되기도 한다. 홍씨가 생활하는 '실버타운'은 '유료 노인복지주택'으로 다른 집을 가진 상태서 소유할 경우 1가구 2주택 적용을 받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전국에 유료 양로시설과 유료 노인복지주택은 81곳이다.

중산층 이상이 주로 이용하는 유료시설은 무료나 실비 양로 시설에 비해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 유료시설(실버타운)도 시설이나 서비스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실버타운 가운데 현재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곳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용인의 '노블카운티'로 양로와 요양시설을 동시에 갖춘 곳이다. 양로시설은 36평형이 2인 기준으로 입주보증금 3억7000만~5억원에 월 생활비 250만원 정도 든다. 요양시설은 1인실 기준으로 입주보증금 1억원에 월 567만원이 든다.

인덕원이 운영하는 호암마을은 이보다 저렴해 보증금 600만원에 건강상태에 따라 1인당 월 120만~150만원을 받는다.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서울 신당동에 운영하는 유료 양로시설은 입주보증금이 평형에 따라 6800만(15평형)~1억3600만원(36평형)이며, 각종 시설이용비 개념의 시설이용선납금(6800만~1억3600만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다달이 내는 비용(식대 등)은 2인기준 80만원 정도.

최근 분양 중인 실버타운도 있다. ㈜백마씨엔엘은 서울 종암동에 18평~32평형 280가구로 이뤄진 '노블레스타워'를 평형별로 1억9800만~3억6000만원에 분양한다. 평당 1100만원 선이다. 의료.운동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시설이용선납급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편의시설은 무료로 제공되나 입주 후 사우나와 수영장 등 일부 시설은 이용시 일정액의 요금을 받을 계획이다. 2007년 11월 완공 예정.

서울 시니어스타워는 서울 등촌동에 11~35평형 419가구 규모의 실버타운을 시설이용선납금 없이 평당 1280만원에 분양한다. SK건설도 등촌동에 21~49평형 182가구를 평당 1000만원선(시설이용선납금 별도)에 분양 중이다. 부산.인천.광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2009년~2010년 완공을 목표로 주거시설과 노인복지회관과 체육센터 등을 갖춘 '실버타운' 건립을 추진 중이다.

◆ 이런 점 주의해야=임대든 분양이든 유료 주거시설은 대부분 중산층 노인들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투자해 마련한다. 그만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본인의 경제적 수준과 사회활동 범위에 맞춰 가격대.위치 등을 결정한다. 살고 있는 사람의 조언과 현장 방문도 필요하다.

노인문제연구소 실버사업팀 임진 이사는 "운영 주체가 재정적으로 탄탄한 곳인가를 가장 먼저 보고 내부 시설과 운영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양을 받으면 등기를 하기 때문에 재산상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임대는 만일에 대비 전세권이나 저당권을 설정해야 한다. 임대시 가장 안전한 것은 선순위 저당권이 없는 가운데 전세권이나 1순위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다.

임 이사는 "대부분 분양이나 임대 때 함께 내는 시설이용선납금은 사실상 분양가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며 "이를 포함한 가격이 인근 아파트값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면 적정하다"고 말했다.

실버타운은 분양면적 대비 전용면적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알아두자. 일반아파트의 전용면적이 통상 분양면적의 70~80%인데 반해 실버타운은 50%선이다. 운동 시설 등 각종 공용시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위치도 주요 고려사항. 실버타운은 크게 도심형.도심근교형.전원형으로 나뉘는데 활동이 많으면 교통 편의 등을 고려해 도심형이 좋다. 요양시설은 대부분 자식들이 선택하는데 시설도 중요하지만 몸이 아픈 노인들이 생활하는 곳인 만큼 간병.간호 등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곳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다.

◆ 특별취재팀=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변선구 사진부문 기자

◆ 실버타운 고를 때 이것만은 챙기자

1. 운영.분양 주체가 재정적으로 튼튼한가.

2. 분양금 외에 다달이 내는 관리비.식대를 감당할 수 있나.

3. 인근 아파트 가격과 비교해 크게 비싸지 않은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가격이 적당)

4. 분양 받을까 임대가 좋을까.

(재산 증식 목적이 있다면 분양이 유리)

5. 임대할 경우 전세권이나 저당권을 설정하자.

6. 내부 시설과 운영프로그램은 나에게 맞나.

7. 가능하면 살던 곳 인근의 시설이 정서적으로 유리하다.

<자료: 노인문제연구소 실버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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