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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세종이 치킨도시가 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세종시 구도심인 조치원읍이 전국 3500개 읍면동 가운데 치킨집 등 닭(오리 포함) 음식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도시 세종이 '치킨 도시'이기도 하다.

조치원읍, 치킨집 120개…전국 3500개 읍면동 중 가장 많아 #남양주시 진접읍, 춘천 석사동, 화성 향남읍 순 #"내륙인데다 도시와 농촌 중간, 젊은 인구도 많아"

숯불 바비큐 치킨집. [중앙포토]

숯불 바비큐 치킨집. [중앙포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sg.sbiz.or.kr)'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기준 읍면동 가운데 '닭·오리 음식점' 수가 많은 곳은 세종시 조치원읍(120개)이었다.
이어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110개), 남양주시 진접읍(104개), 강원 춘천시 석사동(103개), 경기 화성시 향남읍(101개) 순이었다. 이어 경남 창원시 내서읍(100개), 경기 포천시 소흘읍·강원 홍천군 홍천읍(각 98개), 경기 고양시 장항2동(97개), 춘천시 퇴계동(93개)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내륙인 데다 도시와 농촌의 중간지대에 있는 읍(邑)이었다. 읍면동 단위 지역에서는 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내륙은 해안 지역보다 수산물 공급이 적어 닭이나 오리 요리가 발달할 수 있는 여건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8월 펴낸 '2018행정안전통계연보'를 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 224개 읍의 평균인구는 2만177명이었다. 반면 조치원읍은 4만6620명, 화도읍은 10만7758명으로 각각 전국 평균보다 훨씬 많았다. 화도읍은 전국 읍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다.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이 장을 보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이 장을 보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특히 조치원읍은 2018년 말 기준 세종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인구는 14.4%(31만966명 중 4만5913명)지만, 닭·오리 음식점은 41.1%(292개 중 120개)나 됐다.
하지만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빨대현상'으로 세종 시내에서 조치원읍 음식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와 함께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시 전체(271개)의 46.5%인 126개였던 닭·오리 음식점이 하반기(7~12월)에만 6개가 줄었다.

반면 신도시 비중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시 전체의 17.0%(46개)에서 12월 말에는 32.4%(68개)가 됐다. 같은 기간 증가율도 닭·오리 음식점(32.4%)이 인구(7.1%)보다 25.3%p나 높았다.
전국 닭·오리 음식점 중 대부분은 치킨(닭)집이다. 세종시에 치킨집이 많은 것은 지역 인구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전경. [중앙포토]

고려대 세종캠퍼스 전경. [중앙포토]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세종시민 평균 나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젊은 36.7세였다. 전국 평균은 41.5세, 가장 많은 전남은 45.0세였다. 또 조치원읍에는 1980년대 초 문을 연 2개 대학(고려대와 홍익대 세종캠퍼스·학생 수 총 1만 3000여명)이 있다. 이들 대학 학생은 대부분 원룸 등에 살고 있다. 치킨은 배달시켜 먹기도 쉽고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에는 '전국 파닭의 원조'라고 알려진 '왕천파닭' 본점도 있다. 왕천파닭은 1970년대 중동 건설현장의 요리사였던 김연규(68) 사장이 튀김 닭에 파, 마늘, 레몬을 곁들인 일명 ‘파닭’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자, 80년 조치원전통시장에 치킨집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전국에 55개 체인점이 있다. 부친 김연규씨에 이어 왕천파닭을 2대째 운영하는 진옥(43)씨는 “조치원에 대학생이 많은 것도 치킨집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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