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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차원 넘어 안보허점 드러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군시설지역 땅투기 사건은 대령2명등 고급장교 4명과 군무원등 군 관계자13명을 포함한 21명이 군사작전과 밀접한 정부주도의 개발계획을 유출 또는 활용하는 수법으로 부동산투기를 일삼아 거액을 챙겼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각종 개발계획 발표 때마다 발표 훨씬 전부터 계획안이 소개업소에 버젓이 나돌고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이번 검찰 수사결과는 관계공무원을 통해 정부의 비밀계획들이 공공연히 유출되고있다는 소문을 새삼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부동산 투기차원이 아니라 국가안보상 극히 중요한 사령부 이전계획등 군사기밀서류가 함부로 유출됐다는 점에서 군사기밀취급 관리상의 허점이 더욱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피의자 주변=군무이사관 정승원씨(51)는 80년대초 국방부 주사에서 군무서기관으로 특채된 뒤 군무원 최고직위까지 초고속승진을 거듭, 현재 함정에 근무하고 있다.
정씨는 서기관급 이상 군무원 모임인 「모우회」고문으로 있으며 사관학교 출신 군무원을 포함한 합참군무원의 대부격으로 교제범위가 무척 넓어 주변에서는 「정장군」 또는 「시설국장」으로 불려왔다.
검찰은 정씨의 재산을 수십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1차 조사결과 자가용승용차 3대를 갖고 스스로는 충남 유성 거부의 아들로 행세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군무원 이상태씨(43)는 처음에는 관련 서류를 빼내 주고 돈을 받아오다 자신이 직접 부동산 투기에 나서기로 하고 86년에는 서울강남에 부동산 소개업소를 차리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지난해 초 이것이 군내부에서 말썽이 일어 시말서를 쓴 뒤 폐업했으며 이때 자체적으로 이씨의 비리를 척결할수 있었다는게 검찰 관계자의 지척이다.
주사이면서도 이씨는 로열프린스 승용차에 카폰을 달고 다닐 정도로 호화스런 생활을 해왔다.
◇수법=군무이사관 정씨는 서울방배동 4만여평이 88년4월께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중학 후배인 이상헌씨(37)에게 지번 2개를 앝려줘 땅을 사게하고 대령2명·중령1명·소령1명과 시내 모고교 김모교감(54)등 15명이 공동명의로 8백40여평(10억원 상당)을 구입토록 해 10억여원의 전매차익을 남기도록 했다.
정씨의 소개로 땅을 산사람들은 모두 합참에 근무하는 군인이거나 친목회회원들로 밝혀졌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전매차익의 30%(3억원)를 사례비로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투기업자인 김룡호씨(41·구속)는 해군작전지역 개발계획이 반드시 해군본부와 협의를 거친다는 사실을 알고 담당주사이자 동창인 군무원 이상태씨에게 접근, 기밀서류를 빼내 해당지역토지 1백30여만평을 구입, 전매해 18억여원을 챙겼다.
군무원 이씨는 점심시간등을 이용, 해군본부앞 문방구에서 도면등을 복사해 건당 20만∼1백만원씩 받고 김씨등에게 주었다고 진술했다.
◇수사=검찰은 최근 해제된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지번·도면을 놓고 해제전후주변땅을 취득, 전매한 사람들을 상대로 2개월간 투망식 수사를 벌여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중개업소를 차린 업자는 국토이용관리법이나 부동산중개업법 위반혐의로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일반투기 혐의자 6명은 수천만∼수십억원을 챙겼어도 세금부과 외엔 처벌법규가 없는 실정.
그나마 거래 후 6개월 이내는 미신고에 해당되지 않아 세금부과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처벌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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