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트럼프 노벨평화상 추천, 미국 정부 요청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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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해 6월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해 6월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한 사실이 있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 이후 진위 논란이 일자 일본 정부가 곧바로 사실 확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 미국서 비공식 의뢰 #일본 정부, 진위 논란 일자 공개

17일 아사히 신문 등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해 가을쯤 아베 총리가 미국 정부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추천 의뢰를 받아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아베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해 줬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다만 정확한 시기와 전달 경로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노벨 평화상 추천은 매년 2월께 마감되며 각국의 대학교수나 국회의원들이 추천 자격을 갖는다. 올해는 총 219명, 85개 단체가 추천을 받았으며, 누가 후보로 추천됐는지는 50년간 공개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베 총리가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자로 추천한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한 연설을 하던 중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다 “아베 총리가 노벨 평화상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아주 아름다운 서한의 사본을 내게 줬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내가 삼가 일본을 대표해 당신을 추천했다. 노벨 평화상을 당신에게 주라고 그들에게 요청했다’고 했다”면서 “나는 고맙다고 했다. 많은 다른 이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아마 (노벨 평화상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온 뒤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정말로 아베 총리가 추천했나? 아니면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을 헷갈린 것 아니냐는 추측의 기사였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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