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말'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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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고통받은 토마토가 소리를 지른다.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MPI)의 관찰 결과 이런 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26일 보도했다.

슈피겔은 "MPI의 과학자들은 식물이 주변의 자극을 받으면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해 이를 주변에 알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이는 인간이 말로 주변에 정보를 알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특정 화학물질이란 외부의 자극을 받을 때 분비하는 식물성 호르몬을 가리킨다. 이 물질들이 내는 수백 가지 냄새들이 식물들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어휘인 셈이다.

MPI 학자들은 위급상황 때 식물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토마토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진은 한 줄기에 매달린 특정 부분의 잎사귀를 기계로 여러 시간 짓이기는 자극을 가한 뒤 다른 잎사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공격받은 토마토 잎사귀는 즉각 특정 호르몬을 분비, 줄기를 통해 몇 분 안에 뿌리에까지 전달했다. 마치 '위험해'라고 외치듯이 비상사태를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연구진은 "이때 생성된 호르몬은 사람이 고통을 느낄 때 분비하는 통증 호르몬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콩과 식물들은 외부의 공격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MPI 분자생물학과 이안 볼드윈 박사는 "식물은 자신이 다쳤다는 것뿐 아니라 심지어 누가 자신을 다치게 했는지도 주변에 알린다"고 밝혔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콩은 해충의 애벌레가 자신의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즉각 독특한 냄새를 대기 중에 발산한다. 이 향내는 애벌레를 잡아먹는 천적을 불러들인다. 이 곤충은 냄새를 통해 어떤 애벌레가 얼마나 많이 잎사귀를 갉아먹고 있는지를 읽을 수 있다. 동시에 잎에서 애벌레의 식욕을 떨어뜨리는 방어 물질을 배출한다. 또 근처에 있는 다른 콩과 식물들도 이 냄새를 파악해 애벌레에 대한 방어태세를 작동한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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