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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진료만 허가는 위법” 제주녹지국제병원 행정소송

중앙일보

입력

제주 녹지병원 녹지국제병원. 최충일 기자

제주 녹지병원 녹지국제병원. 최충일 기자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진료 대상자를 외국인으로만 한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중국 녹지그룹 측, 개원 시한 앞두고 제주도 상대 소송 제기 #제주도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공공성 확보 마지노선" 대응 #의료법 따라 3월 4일까지 개원 안하면 사업 허가 취소 가능 #병원 측, 행정소송 패소하면 투자금 800억대 손배소 전망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중국 녹지그룹 측은 이 같은 취지의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지난 14일 제주도를 상대로 냈다. 녹지그룹은 녹지국제병원의 모기업이다.

녹지그룹 측은 자회사이자 병원 허가 신청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 명의로 낸 소장에서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조건으로 진료대상자를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한 것은 위법하다”며 이 부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녹지병원 녹지국제병원. 최충일 기자

제주 녹지병원 녹지국제병원. 최충일 기자

병원 측은 지난해 12월 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가 이뤄진 직후 ‘극도의 유감’이라는 공문을 제주도에 보내 행정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제주도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이다. 제주도는 이날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원칙을 지키겠다”며 “전담 법률팀을 꾸려 소송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제기돼 온 관련 우려의 목소리도 재판부에 전달키로 했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측이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당시 사업계획서에 스스로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도 설명하며 사업계획서 일부 내용도 공개했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인근 헬스케어타운 리조트 공사 현장. 최충일 기자

제주 녹지국제병원 인근 헬스케어타운 리조트 공사 현장. 최충일 기자

또 병원 측이 내국인 대상 진료를 하지 않더라도 의료법 위반(진료거부)이 아니라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도 지난해 1월 이미 받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만을 진료 대상으로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은 녹지국제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허가 3개월(90일) 이내인 다음 달 4일까지 문을 열고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4개다.

만약 병원 측이 이 시점까지 개원에 나서지 않으면 청문 절차를 거쳐 의료 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제주도도 “시한인 3월 4일이 다가옴에 따라 관련 행정지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의 정상 개원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의료연대 제주본부에 따르면 병원 측이 채용했던 의사 9명이 전원 사직했으며 추가 의사 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병원의 다른 구성원들 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2017년 8월 개설 허가 신청 당시 134명의 직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개원이 미뤄지면서 약 절반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취재진이 찾은 병원의 모습도 정상 개원이 불투명해 보였다. 모든 출입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병원 인근 헬스케어타운 내 리조트 공사 현장의 장비도 멈춰서 있었다.

녹지그룹 측이 이번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병원 사업을 접고, 투자금인 8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주=최충일 기자, 김호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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