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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대구시장 경선 불법 여론조작…무더기 재선거 치를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 된 자유한국당 이재만 전 최고위원이 13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에 관여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돼 이날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뉴스1]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 된 자유한국당 이재만 전 최고위원이 13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에 관여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돼 이날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뉴스1]

지난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이재만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이날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당사자는 이 전 최고위원 한 명이었지만, 그의 혐의가 지역에 미친 여파는 크다. 연루된 이들의 수가 50명 이상이어서다. 이 중 재판에 넘겨진 지방의원만 6명이다.

이재만 전 한국당 최고위원 1심서 2년6월 실형 선고 #한국당 대구시장 경선 불법 여론조작 주도한 혐의 #연루자 50명 넘어…재판에 넘겨진 지방의원만 6명 #선거구 한곳당 재선거 비용 수억원…혈세낭비 이어져

대구지법 형사11부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최고위원에게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불법 여론조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이 전 최고위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다양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그는 2017년 12월 말 공식 선거사무소 외에 불법으로 비밀 선거사무소를 마련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사무소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보 활동을 하는 이들을 모아놓고 "이 사무실은 비밀로 해야 된다. 내가 여기 온 것도 비밀로 하고 각자 하는 일도 서로 비밀로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6·13 지방선거 대구시장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에 관여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만 전 자유한국당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6·13 지방선거 대구시장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에 관여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만 전 자유한국당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또 그는 지난해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한국당 동구을 당원협의회원, 수행팀, 지인, 친·인척 등 113명을 동원해 유선전화를 각자 여러 대 개설하고 각 유선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전환하는 수법으로 당내 여론조사에 중복 응답하도록 했다. 이 기간에 개설한 유선전화가 1147대에 달했다.

대학생을 동원해 여론조사를 사칭해 책임당원들에게 전화를 걸도록 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지난해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차명폰으로 1270명의 책임당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하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묻고 이 전 최고위원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에게만 경선 모바일·현장 투표 방식을 설명하고 타 후보를 지지하는 이의 전화는 안내 없이 끊어버렸다.

자신을 지지하는 책임당원들에게 투표 방법을 알려주는 인원 수십명을 모아 모집책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다. 이들은 2~3명씩 1개조로 묶어 구역을 나눈 뒤 이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책임당원 중 모바일 투표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투표 방법을 알려줬다. 이 결과 284명의 책임당원이 모바일 투표를 하게 됐다. 이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지난해 4월 12일 현금 696만원이 전달됐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후보 토론회가 지난해 4월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두산동 TBC 대구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려 후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진·이진훈·이재만·김재수 후보. [뉴스1]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후보 토론회가 지난해 4월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두산동 TBC 대구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려 후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진·이진훈·이재만·김재수 후보. [뉴스1]

이 밖에도 책임당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지지할 것을 호소하도록 지시하거나 정해진 선거운동원 수를 초과해 명함을 돌리도록 하고, 선거운동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이 전 최고위원이 주도한 한국당 대구시장 경선은 지역의 무더기 재선거 사태를 부를 전망이다.

한국당 대구시장 경선 불법 여론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지방의원 6명은 모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용덕 대구 동구의원이 벌금 150만원, 김병태·서호영 대구시의원과 김태겸·황종옥 대구 동구의원, 신경희 대구 북구의원이 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주용 대구 동구 의원에겐 벌금 300만원으로 다른 의원들보다 높은 벌금이 선고됐다. 선거구 한 곳에 수억원이 든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불법 여론조작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대구시민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들은 지역주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지방의원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 불법 여론조사에 대가로 지방의원이 됐다는 점에서 이는 지역주민들을 두 번이나 모욕한 것"이라며 "불법여론조작에 가담한 의원들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받아들여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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