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자신감 '철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세계 1.2위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합병으로 '철강 공룡'이 26일 탄생함에 따라 포스코의 향배에 시장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주가에 관한 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안정적인 철강 가격이 전망되는데다, 포스코에 대한 M&A(인수.합병)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가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포스코 입장에선 미탈 스틸의 '마수'를 이겨낼 묘책 마련이 시급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철강 가격 안정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조강 생산능력은 연간 약 1억1000만톤으로 전세계 철강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 철강기업의 등장은 철강 생산업체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면서 관련 업체 주가에 호재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포스코는 이틀 동안 6% 이상 상승, 27일 24만7000원에 마감했다.

현대증권 박상규 수석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브라질의 CVRD 등 '빅3'가 전세계 공급량의 4분의3을 차지하는 철광석 업계가 철강업계와의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었다"며 "이번 합병으로 철강업계의 협상력이 높아져 철광석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합병을 세계 철강 업계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포스코가 적대적 M&A의 표적이 돼 주가가 상승세를 탈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봉기 연구원은 "포스코가 M&A의 주체가 될 경우 시너지 효과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고, 피인수 대상이 되더라도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제시할 것"이라며 "또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책으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주가에는 이래저래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포스코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미탈스틸과 아르셀로간의 합병이 당장 포스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포스코는 아시아 시장, 미탈스틸은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서로 부딪힐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의반 타의반 M&A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후설비를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진데다, 거대 원료 업체들의 가격인상 요구에 맞서기 위해서는 규모를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호주 2위 철강업체인 원스틸이 3위인 스모건 스틸 그룹을 인수하고, 중국 정부가 철강사의 대형화를 추진하는 등 철강업체의 통합 바람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도 제철소 준공, 중국 철강업체와의 제휴 등을 통해 생산량을 연간 5000만톤 수준까지 늘리고, 고급강 기술력을 확보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우호지분을 30%대까지 끌어올려 미탈스틸 등의 M&A 시도를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