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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기준금리 5개월 만에 하락…가계대출 통계 작성 후 첫 감소

중앙일보

입력

가계대출이 4년 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도입한 강력한 대출 규제가 본격적인 영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은행에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때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 중 신규 취급액 기준은 5개월 만에 낮아졌다.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과 경기둔화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잔액 기준 코픽스는 17개월 연속 올랐다. 대출 기준금리의 종류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엇갈린 모습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연 1.99%였다고 15일 공시했다. 한달 전(연 2.04%)보다 0.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전달보다 낮아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반면 잔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연 2.01%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높아졌다. 2017년 9월(연 1.59%) 이후 계속 상승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2000억원 줄었다. 금융 당국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1월 이후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5조1000억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택시장에서 매매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고,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대출 규제도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말 828조700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조1000억원 증가했다. 2017년 1월(10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17조원으로 한 달 사이 1조5000억원 줄었다. 기타대출이 줄어든 것은 2017년 1월(-7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감소폭은 2014년 1월(-1조8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기업 연말 결산에 따른 성과급이나 설 연휴 상여금 등을 받아 마이너스 통장대출 등을 갚는 근로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1조3000억원 줄었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 중 1조2300억원이 새마을금고 대출의 순감소분으로 분석됐다. 새마을금고가 취급했던 거액의 집단대출이 은행권의 잔금대출로 전환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의 감소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얼마나 꺽일 것인지 앞으로 추이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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