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이라고 대출상담도 퇴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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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고향에 남아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일부 공장을 중국으로 옮겼습니다."

부산의 신발제조업체인 신세형화성의 김동근(50)사장은 최근 지방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부산지역신발협동조합이사장이자 녹산산업단지의 경영자협의회 부회장이다.

그는 "이 지역에 있던 괜찮은 업체들은 이미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공장을 대부분 옮겼다"며 "2000년 녹산공단으로 입주할 때 '고향에서 뼈를 묻겠다'고 결심했지만 인력난 등으로 결국 2002년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공장은 직원 1백여명, 중국은 9백명 수준이다. 김사장은 "한때 부산의 대표산업이었던 신발산업에 종사하는 업체수가 10년 전의 10분의 1인 2백여개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사양산업이라고 은행에서 대출상담도 잘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태풍피해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도 불만이 크다.

김사장은 "융자지원.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태풍피해 지원자금 대출 금리도 연 5.9%에 달해 일반 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번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과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너무 크다"며 "사업을 접었을 때 발생하는 모든 책임만 면탈해 준다면 사업을 당장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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