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차에서 자던 흑인 래퍼 사살…과잉대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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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래퍼 윌리 맥코이의 생전 모습 [윌리 맥코이 인스타그램=연합뉴스]

숨진 래퍼 윌리 맥코이의 생전 모습 [윌리 맥코이 인스타그램=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경찰이 흑인 남성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또다시 인종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인근 벌레이오시에서 지난 9일 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차 안에서 잠자고 있던 흑인 남성을 사살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 남성은 차 안에서 총기를 소지한 채 잠을 자다가 "손을 보이는 곳에 두라"는 경찰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기를 잡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당국은 "이 남성은 한 식당 진입로에 차를 세운 상태에서 무릎에 권총을 올려놓은 채 잠들어 있었다"면서 "남성이 갑작스럽게 움직이는 바람에 위협을 느낀 경찰이 총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남성에게 몇 발의 총격을 가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숨진 남성의 가족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래퍼 윌리 맥코이 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경찰이 흑인인 맥코이에게 인종 차별적인 과잉 대응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잠을 자는 상황에 치명적인 물리력을 사용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맥코이의 형은 "경찰의 일은 법을 어긴 사람을 잡는 거지 법을 제멋대로 집행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 "경찰은 다가가 총을 쏘는 대신 경적을 울리는 등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이 일어난 벌레이오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경찰이 유독 흑인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과 지난해에는 벌레이오 경찰이 시민을 땅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 주먹과 경광봉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논란이 됐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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