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계의 새 물결] 연구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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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대에 새롭게 형성된 학문, 'Thanatology'는 Thanatos(죽음)와 Logos(이성.학문)가 합쳐진 글자이므로, 글자 그대로 '죽음학'을 의미한다.

하지만 죽음 문제는 삶으로부터 분리해 연구할 수 없다. 인간의 죽음은 삶과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Thanatology는 '생사학'이라고 하는 편이 보다 합당할 듯하다.

생사학은 삶과 죽음에 관한 학문,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학문이다. 이 학문이 철학.종교.심리학.인류학.정신의학.간호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학제적으로 연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69년 엘리자베스 큐블러로스가 죽음에 직면한 사람 2백명의 심리상태를 직접 조사해 '인간의 죽음'(성염 옮김, 분도)을 출판한 것이 시작이다. 이는 서양 생사학의 기원으로 간주된다.

그녀는 죽음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부터 실제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5단계의 모델로 제시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생사학 연구에 평생을 바친 그녀의 삶을 기술한 자서전 '삶과 죽음에 대한 기억'(박충구 옮김, 가치창조)도 번역되었다.

죽음문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테마가 임사체험이다. 그것은 의학적으로 죽었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이 얼마 뒤 다시 살아났을 경우 그 기간 중 겪었던, 새로운 경험을 뜻한다.

미국의 철학교수 레이먼드 무디가 1975년 '삶 이후의 삶'(서민수 옮김, 시공사)을 출판한 이후 심리학자 케네스 링, 심장병 전문의 마이클 세봄, 소아과 의사 멜빈 모어스 등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과 의사 김영우씨가 최면을 이용해 전생퇴행요법에 성공한 이후 서양 정신의학에서 지금까지 다루지 못했던 빙의현상과 임사체험 등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정신적.육체적 장애를 치료하고 있다. 그는 '영혼의 최면치료'(나무심는사랑), '전생여행'(정신세계) 등을 저술했다.

호스피스 간호사 최화숙씨는 17년간 임종환자를 보살핀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안내서'(월간조선)를 썼다.

생사학 연구와 관련해 주목되는 흐름이 있다. 그것은 바로 티베트불교다. 죽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에 살아있는 우리가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의 연구가 주마간산에 그쳐 단지 이론에 불과한 사례가 많다. 그러나 티베트불교는 죽음과 관련된 많은 통찰.자료와 수행체험이 집적되어 있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또 죽은 이후에 겪는 현상을 제시하고 있는 '티베트사자의 서'라든가, '바르도'에 대한 다양한 가르침이 바로 그 증거다.

바르도는 지금의 삶과 죽어가는 과정, 그리고 죽음 이후를 포괄하는 용어다.

오진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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