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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2심도 일부승소…“국가 3억6000만원 배상”

중앙일보

입력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과 같은 국가배상 인정 2심 판결을 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과 같은 국가배상 인정 2심 판결을 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도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 유상재)는 13일 조씨의 유족이 부실수사의 책임을 물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유족에게 총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씨는 선고 뒤 취재진에게 “수사검사와 패터슨을 미국으로 도망가게 한 검사 때문에 22년을 고통받고 살았다”며 “식구가 고생한 것에 비하면 (배상이) 아무것도 아니다. 승소하게 돼서 지금 많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대학생이던 조씨가 수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초 검찰은 현장에 있던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만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아더 존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로만 기소했다. 그러나 리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1998년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고, 패터슨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으나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해 미국에서 체포된 패터슨은 2015년 9월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재판을 받았고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다.

이에 조씨의 유족은 “수사 당국의 부실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늦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1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범죄인 인도청구를 적시하지 않는 등의 위법한 행위로 살인 사건의 진실 규명은 20년 가까이 지연되고 유족들의 합리적 기대가 장기간 침해됐다”며 “유족에게 총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유족 측은 1심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국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2심이 진행됐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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