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 처리놓고 검찰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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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조사 중인 재독 철학자 송두율(59.뮌스터대) 교수에 대한 조사내용을 금명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인 가운데 검찰은 송교수의 사법처리 방향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국정원은 송 교수의 입국 다음날인 23일부터 3일 연속으로 출퇴근조사를 실시한 뒤 27일 다시 송 교수를 불러들여 지난 85년 오길남씨의 입북을 권유한 혐의와 김철수란 이름으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한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조사는 공소시효가 지난 입북권유 혐의보다는 송 교수가 과연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는지를 규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국정원 나름대로는 처벌하기에 충분할 만큼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 교수측은 과거 북한으로부터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입북을 초청받은 적은 있었지만 그에 대해 항의했으며, 단지 학술활동 차원에서 십여차례 방북했을 뿐 노동당 후보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에 대해 나름대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송 교수 입국후 면밀한 법률검토작업을 벌인 결과 송씨가 독일인이지만 헌법상 우리영토인 북한에서 반국가단체 가입 등 이적행위를 한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처벌대상이 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고민하는 것은 강금실 법무장관의 표현처럼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이상의 고위층이 오가는 현실’, 그리고 독일과 외교 마찰 가능성 등.

당장 검찰이 송 교수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구속기소, 불구속 기소 뒤 추방조치, 공소보류 등 크게 세가지로 상정할 수 있다.

정공법에 해당하는 구속기소 방침은 검찰이 그동안 대북관련 사범에 대해 취해온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측면에서 일관성을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송 교수의 입국을 가능케 한 주변상황과 정면배치된다는 지적과 함께 송 교수가 독일 국적 보유자인만큼 독일과 외교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걸린다.

또 2년 시한으로 기소를 보류하는 공소보류의 경우 일종의 불기소처분인 만큼 대북사범 사법처리에 하나의 전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불구속기소 후 추방은 사법부로 '공’을 넘김으로써 검찰이 부담을 덜면서도 나름대로 엄정한 처벌의지도 드러내는 한편 민감한 외교적인 우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 아래 일종의 절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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