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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대 탈출로 호텔 썰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경 중심가는 7일 모처럼 총성 없는 밤을 보냈으나 8일은 새벽부터 동장안가를 따라 천안문으로 보급품을 실어 나르는 군 트럭과 이를 호위하는 탱크·장갑차 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북경시 호텔은 이미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고 연경 호텔 등은 정전까지 됐으며 북경호텔·민족호텔·국제호텔 등 시내 중심가 호텔은 이미 외국인이 거의 철수했다.
천안문 광장에서 4∼5km쫌 동쪽에 위치한 건국 호텔과 경륜 호텔 등에도 7일 계엄군이 쏜 총탄이 객실 유리창을 뚫고 들어 왔으나 부상자는 없었다.
그러나 이들 호텔의 종업원들이 거의 출근하지 않은데다 7일부터는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고 식사량도 제한되고 있다.
객실 수 4백25개의 건국 호텔 측은 7일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남아 있는 외국 기자 등 수십명의 손님들을 초대, 「영원히 기억될 날」을 기념하며 계속 남아 있는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총지배인 주재의 칵테일 파티를 열기도 했다.
피의 대학살을 주도한 27군 (양가군)과 이에 대항하는 38군이 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27군의 학살에 반대한 1개 장갑차단이 38군에 투항한 것과 관련해 27군이 38군의 부사장 (부부대장)을 사살한 것이 도화선이 됐으며 이들은 새로운 전투에 대비, 진지를 구축중이라고 명보가 8일 보도했다.
중국 권력의 핵심 층인 정치 국원 중 대부분이 사실상 「양상쿤」·「리펑」의 「연금」 상태에 있으며 「덩샤오핑」의 의료진이 양상곤에 의해 외부와 격리된 상태에 있다고 8일 명보가 「권력 핵심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상곤·이붕 등은 피의 진압이 개시되기 직전 정치국 회의를 소집, 이들을 북경에 묶어둠으로써 사실상 연금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으나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치국 회의에서 무엇을 논의했는지 등은 밝히지 못했다. 【북경=박병석 특파원】
【북경=외신 종합】북경 시민들은 격분한 시민들과 군인들 사이의 충돌로 악화되어 가는 식량 부족, 약탈, 혼란 상태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7일 말했다.
한 교사는 『현재의 상황은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한탄했는데 그는 『만약 군이 지금 철수하면 북경 시민들은 경찰과 공무원들에 복수할 것이고 군이 계속 주둔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충돌도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군의 진압 전까지 민주화 시위를 보도했던 북경 언론들이 유혈 진압이 발생한 이후인 6일 대부분 보도 기능을 중단했다.
정부 정책의 대변인 역을 맡고 있는 관영 신화사 통신은 국내 뉴스를 전혀 취급하지 않은 채 수십여 편의 외국 소식과 날씨에 관한 특집물만 내보냈다.
민주화 시위 초기 신화사 통신은 시위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전하는 뉴스를 타전해 왔는데 유혈 진압 이후 완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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