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 두통 환자 퇴원시켜 뇌병변 장애 빠트린 의사, 벌금 5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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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퇴원시켜 뇌경색에 빠트린 혐의로 기소된 종합병원 의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연합뉴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퇴원시켜 뇌경색에 빠트린 혐의로 기소된 종합병원 의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연합뉴스]

교통사고를 당한 뒤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 온 두통 환자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퇴원시켜 뇌경색에 빠트린 종합병원 의사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 이재환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인천 남동구의 한 종합병원 의사 A씨(40)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7월 25일 오전 2시29분쯤 병원 응급실에서 두통을 호소한 B씨(51)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퇴원시켜 뇌경색에 빠트린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전날 오후 8시45분쯤 교통사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B씨는 응급실 도착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B씨는 “머리가 아프다”고 직접 증상을 말하기도 했으나 점차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당일 응급실 당직 의사였던 A씨는 엑스레이(X-ray)와 컴퓨터단층촬영(CT) 시행 후 “뇌 손상을 의심할 증상은 없다”며 B씨를 5시간여 만에 퇴원시켰다. 퇴원 당시 B씨는 스스로 걷지 못해 병상 침대에 누운 채로 응급실 밖으로 옮겨져 보호자의 승용차에 태워져 집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에 도착해 오전 7시쯤 퇴원해 당일 오전까지 계속 의식이 없었던 B씨는 결국 다른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기저동맥 폐쇄에 따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검찰은 다른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두고 환자가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 입원시켜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런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A씨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의료 전문가인 피고인은 피해자가 퇴원할 수 있는 의식 상태인지를 신중히 확인하고 다른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해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인지도 고려했어야 했다”며 “뇌경색의 진행 경과가 급성이었고 피고인이 형사 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응급실에서 통상 교통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검사를 하긴 했다”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보행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간과한 부주의로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해 뇌경색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뇌 병변 3급 장애를 얻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를 복구한 정황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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