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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대북 압박주의자' 맬패스 지명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임기를 3년 여 남겨두고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한국계 미국인 김용 세계은행(WB) 총재의 후임으로 '강경파'인 데이비드 맬패스(63)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한 데이비드 맬패스 미 재무부 차관(국제담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한 데이비드 맬패스 미 재무부 차관(국제담당).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며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이 효과적이고 현명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인데, 맬패스는 오랫동안 WB의 책임에 대해 강력하게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왔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차기 총재가 WB의 구조조정과 에산 삭감, 역할 축소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WB 이사회는 다음달 14일까지 189개 회원국으로부터 차기 총재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후보 3인을 발표한 뒤, 4월 중순 경 새 총재를 공식 선출할 계획이다. WB의 경우 그동안 16%의 의결권을 지닌 최대주주인 미국이 낙점한 후보가 전통적으로 총재를 맡아왔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김용 총재의 후임으로 맬패스가 낙점될 공산이 크다.

사의 표명 김용 총재 후임으로 강경파 맬패스 재무차관 낙점 #최대주주 미국 입김 강해 이변없는 한 4월에 새 총재 선출될 듯 #"중국이 보다 더 대북제재, 압박 나서야", WB의 중국 지원 비판

임기를 3년 여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

임기를 3년 여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

맬패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경제참모 출신이다. 이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선 각각 재무부와 국무부 관리로 근무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뒤로는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정책 실행에 앞장서 왔다.
차기 WB 총재가 누가 되느냐는 향후 대북 경제지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대북제재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북한이 WB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도록 지원하고 남북경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 시내에 위치한 세계은행 건물

미국 워싱턴 DC 시내에 위치한 세계은행 건물

남북 간 경제 격차가 크고, 북한 개발이 유례없는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WB 등 국제기구와의 공조 없이는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맬패스의 북한 관련 언급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개월 뒤인 2017년 11월 미 외교협회(CFR) 주최 심포지엄에서 "난 보기 좋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는 북한 문제를 떠안고 있다. 그건 정말 잘 다뤄야 하는 큰 문제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이 보다 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며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비판한 바 있다.
또 맬패스는 "중국이 더 (제재 및 대북 압박에) 나설 수 있으며, 나서야 한다는 우리(국제사회)의 불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나아가 중국은 무역 관계에 있어서도 보다 균형적이고 상호 작용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 총재가 WB의 대 중국 원조에 적극적이었다면, 맬패스는 오히려 지원 중단을 주창하는 '대 중국 강경파'로 볼 수 있다.
또 그동안 미 재무부가 취해 온 스탠스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를 요구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데이비드 맬패스 미 재무부 차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데이비드 맬패스 미 재무부 차관

다만 "트럼프 충성맨"(블룸버그 통신)이란 평가가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경제지원에 적극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이를 성실히 집행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일각에선 글로벌리즘을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상당수 국가들이 그동안의 미국 주도 방식에 반기를 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WB가 전통을 깨고 '비(非)미국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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