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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배틀그라운드]"지하공동구 투입! 폭발물 발견, 테러범 사살" 수방사 독거미 부대

중앙일보

입력

박용한 기자의 배틀그라운드 

서울 도심에 검은 군복을 착용한 군인 10여 명이 등장했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이들은 잠시 후 지하 터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테러범이 설치한 폭발물을 찾아내 해체하면서 테러범도 사살했다. 복면을 쓴 이들 정체는 독거미부대 특공대원이다.

수도 서울 신경망 지하 공동구 방어 #폭발물 정밀 수색, 총격전 ’전광석화’ #대테러 전담 수방사 35특공대대 출동 #혹독한 훈련으로 탄생하는 정예요원

지난달 29일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35특공대대는 서울 모처에서 지하 공동구 전술훈련에 나섰다. 겉보기엔 위압적인 제복과 무기를 갖춰 무시무시한 모습이다. 그러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정예대원은 처음부터 태어나지 않는다. 혹독한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기자도 이날 검정 제복과 총기를 받아 무장한 뒤 훈련에 직접 참여했다.

수방사 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수방사 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지난해 11월 24일 아현동 통신구 화재 사건을 계기로 땅속 지하세계가 드러났다. 땅 밑에는 전력망ㆍ통신망ㆍ수도관이 든 터널구조 지하 공동구가 존재한다. 땅 밑 지하에 그물망처럼 뻗어있다. 좁은 터널에 각종 장치가 몰려 있어 일부 구간만 파괴돼도 그 피해가 도시 전체로 번진다. 이렇다 보니 적과 테러 세력에겐 전ㆍ평시 주요 공격대상이다.

따라서 지하 공동구는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가 중요시설로 분류했다. 주요 입구는 잠겨 있고 그 위치는 당연히 비밀이다. 서울시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에서 CCTVㆍ동작감지 센서도 달아 24시간 감시한다. 수방사는 유사시 지하 공동구에 독거미 부대로 불리는 ‘35특공대대’를 투입한다.

수방사 역할은 다양하고 중요하다. 전시를 대비해 향토ㆍ동원사단을 예하에 두고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는다. 또한, 대테러 임무와 청와대ㆍ군 지휘시설 경비, 대통령 및 요인 경호 등 특수임무도 수행한다. 특수임무를 맡은 대원들은 신분도 비밀이다. 이름과 얼굴을 노출하지 않는다. 팀장인 최○○ 대위는 “집에서는 제가 군인인 건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방사 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 투입된 35특대대 대원들이 좁은 사다리로 공동구에 들어서고 있다. [김경빈 기자]

수방사 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 투입된 35특대대 대원들이 좁은 사다리로 공동구에 들어서고 있다. [김경빈 기자]

사실 지하 공동구 출입구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날 훈련에선 보안 시설인 공동구 시설 노출을 막기 위해 일반인 눈에 띄지 않게 이동했다. 지하 공동구 내부 역시 복잡하고 낯선 공간이다. 철문ㆍ계단ㆍ사다리를 여러 번 지나 도착할 수 있었다. 공동구에 들어서자 굉장히 넓은 공간도 보였고, 두 명이 걸어가기에 좁은 구역도 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물론 세부 사항은 모두 비밀이다.

이날 훈련은 공동구에 테러범이 침투했다는 가상 상황에서 이뤄졌다. 수색과 정찰부터 시작했다. 기자도 임무를 받았다. 훈련 절차를 설명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임무에 필요한 복잡한 내용을 잊을까 두려움이 들었다. 조 편성을 마친 뒤 두 번째 자리에 배치됐다.

이날 기자도 수방사 35특공대대 지하 공동구 방어 훈련에 참여해 수색 정찰에 나섰다. [영상 캡처=강대석 기자]

이날 기자도 수방사 35특공대대 지하 공동구 방어 훈련에 참여해 수색 정찰에 나섰다. [영상 캡처=강대석 기자]

수색ㆍ정찰을 시작하자 전방과 바닥 그리고 천장을 꼼꼼하게 살폈다. 테러범이 눈치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걸어갔다.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을 발견하자 맨 앞에서 전방을 살피던 1번 대원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냈다.

대테러 전술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바뀐다. 이날은 작전 투입 전 약속한 절차에 따라 2번 대원인 기자가 수신호를 보냈다. 이때 3번 대원이 앞으로 나가 표식을 남기고, 무전기로 폭발물 처리반(EOD)을 호출했다. 가장 뒤쪽에 남은 대원은 후방을 경계했다.

호기심에 나섰지만 사실 대테러 훈련은 힘든 과정이다. 기자는 처음부터 지적을 받았다. 동료가 앞으로 지나가는데 총구를 치우지 못했다. 오발 사고를 막으려면 총구를 위쪽 또는 아래쪽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

수방사 35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폭발물로 의심되는 가방에 표식을 남겨두고 있다. [김경빈 기자]

수방사 35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폭발물로 의심되는 가방에 표식을 남겨두고 있다. [김경빈 기자]

폭발물을 발견하고도 어려움이 있었다. 주먹으로 멈춤 수신호를 보낸 뒤 갑자기 난감해졌다. 폭발물 발견과 수색 실시를 요청하려면 주먹을 여러 번 쥐었다 펴야 하는데 두 번을 해야 하나 세 번 해야 하나 주저했다. ‘고문관이 되지 말자’는 다짐만 마음속으로 조용히 외쳤다.

이날 기자와 특공대원이 갖춘 K-1A 기관단총에는 주·야간 조준경도 장착됐다. 육군이 워리어 플랫폼을 본격 도입하면 개인 화기에 확대경ㆍ표적지시기 등도 장착된다. 하지만 주ㆍ야간 조준경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걸어가며 수색할 때 몸이 흔들리면서도 먼 거리 조준을 쉽게 유지할 수 있었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 효과와 효율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후반기부터 시범 적용하고 있고, 올해 후반기부터 특전부대와 전방부대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수방사 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테러범과 총격전을 벌인 뒤 몸수색에 앞서 전방을 경계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수방사 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테러범과 총격전을 벌인 뒤 몸수색에 앞서 전방을 경계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어진 훈련은 테러범 제압이다. 수색 중 발견한 테러범을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훈련이다.  이번엔 다른 훈련조에 합류했다. 전술도 바꿨다. 기자는 3번 대원으로 투입됐다. 1번 대원이 사격한 뒤 현장 상황을 지휘부에 보고할 때 3번ㆍ4번 대원은 앞으로 이동해 전방을 경계했다.  1번 대원은 테러범 가까이 다가선 뒤 무기를 치우고, 생존 여부를 확인한 뒤 몸수색을 했다. 이때 2번 대원이 곁에서 엄호했다.

훈련은 강도 높게 진행됐다. 지적이 쏟아졌다. 부팀장 이○○ 중사 목소리가 커졌다.  “먼 거리 경계하며 걸어갈 때 조준경만 바라보지 말고 더 멀리, 더 넓게 시야를 넓혀라”“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사격하는 게 맞나?” 훈련 교관을 맡은 이 중사는 대테러 작전에 여러 차례 참여해 노련하다. 더구나 축구선수ㆍ지도자 경험도 갖춰 이날 지도는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웠다.

수방사 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테러범과 총격전을 벌인 뒤 무장을 해제하고 생존여부 확인 등 몸수색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수방사 특공대대 장병들이 서울시내 한 지하공동구에서 열린 대테러 훈련에서 수색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테러범과 총격전을 벌인 뒤 무장을 해제하고 생존여부 확인 등 몸수색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대열이 이동할 때는 동선도 꼼꼼하게 살폈다. 2번 대원에게 엄호를 확실하게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1번 대원이 했던 몸수색 절차에서도 빈틈을 찾아냈다. “가슴에 정확하게 총구를 겨눠야 한다”“호흡이 있는지 확인하고, 눈을 찔러 보고, 낭심을 차면서 확실하게 생존 여부를 확인하라”며 호통을 쳤다.

훈련은 만족할 때까지 반복됐다. 이런 질책이 야박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그러나 훈련이 끝난 뒤 윤○○ 중사는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에 훈련을 그렇게 강도 높게 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기자도 어느새 한 팀에 녹아들었다. 동료가 질책받자 도와주고 싶고 잘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훈련을 시작하기 직전에 2번 대원 윤 중사가 1번 대원 박○○ 하사에게 작은 목소리로 “잘할 수 있다”며 따뜻하게 위로했다. 이때 그가 여군인 걸 처음 알았다. 그때까지는 얼굴은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고, 훈련 중엔 단호한 목소리로 외쳐 알아채지 못했다. 이제 군대에는 남ㆍ여 구분이 없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능력을 갖추고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수도방위사령부 35특공대대 대원들이 건물작전 훈련을 하고 있다. [수도방위사령부 제공]

수도방위사령부 35특공대대 대원들이 건물작전 훈련을 하고 있다. [수도방위사령부 제공]

2시간 반 정도 훈련을 이어가자 기자는 체력이 바닥났다. 몸은 이미 땀으로 젖었다. 군인에게 생명인 총도 무거워 들고 있기가 버거웠다. K-1A 총 자체 무게는 2.8㎏이지만, 레일과 PVS-11K 조준경을 부착하고 탄창까지 달자 무게가 4㎏을 넘어섰다. 4~5㎏ 아령을 왼손으로 눈높이까지 들어 올린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35특공대원 모두 강도높은 훈련에도 지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비결이 있을까. 윤 중사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기본”이라며 “특성에 맞는 체력단련을 따로 수행한다”고 말했다.

수방사 35특공대대는 다양한 조건에서 훈련을 수없이 반복한다. 훈련교관 이 중사는 “전장과 같은 상황을 생각하며 효율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비한다. 이날 만났던 특공대원은 설 연휴 기간에도 경계 임무에 나선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영상=강대석·정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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