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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총리 참배' 소송 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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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 최고재판소는 2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며 전몰자 유족 278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역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소송에서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른 사람이 특정 신사에 참배함으로써 자신의 기분과 종교적 감정이 침해당하고 불쾌감을 품었다고 해서 곧바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총리의) 참배에 따라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적 이익이 침해됐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총리의 참배가 위헌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전몰자 유족 278명은 2001년 8월 13일 고이즈미 총리가 취임 후 처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전몰자를 모시는 제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1인당 1만 엔(약 8만3000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었다.

이날 확정 판결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싸고 진행 중인 나머지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사카 고등재판소 등 일부 소송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위헌이라 규정했지만 다른 법원에서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는 등 하급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정부 대변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이날 판결에 대해 "최고재판소의 판결로 판례가 확정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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