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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금괴 20t 빼돌렸다"···베네수엘라 흔드는 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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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9400억원어치 금괴, 중앙은행서 인출" #야권 의원 의혹제기…재무장관 "근거 없다"

금괴 이미지. [중앙포토]

금괴 이미지. [중앙포토]

국제사회의 퇴진 압박에 맞서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측이 중앙은행에서 금괴 20t을 인출해 러시아로 보내려 한다는 소문이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금괴 20t의 시가는 8억4000만달러(9377억원)에 달하며 이는 베네수엘라 전체 금괴 보유량(200t 추정)의 10%에 해당한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야권 소속 호세 게라 의원이 전날 러시아 국적의 보잉 777기가 이 금괴를 가져가기 위해 수도 카라카스의 시몬볼리바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해당 글에는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경위나 근거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게라 의원이 전직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소속 경제학자으로서 현직 중앙은행 직원들과 연락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또 관련 내용을 직접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20t 분량의 금괴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서 실제로 인출됐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이 같은 소문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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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는 28일 "모스크바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보잉 여객기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로 출발해 비행 목적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 비행 추적 웹사이트(FlightRadar24)는 이날 모스코바 소재 노드윈드 항공사 소속 비행기 한 대가 카라카스 근처 국제공항에 착륙했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시몬 제르파 베네수엘라 재무부 장관은 관련 언급을 거부하면서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에는 러시아 비행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비행기와 관련해 아는 정보가 없다”면서 “베네수엘라에 있는 러시아인들을 대피시키려는 계획도 없다”고 부연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0(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군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 V사인을 보이고 있다. 마두로는 국제사회로부터 퇴진 압력을 거부하며 야권과 타협을 찾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0(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군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 V사인을 보이고 있다. 마두로는 국제사회로부터 퇴진 압력을 거부하며 야권과 타협을 찾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년간 외화 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금 채굴을 확대해 왔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원유 생산과 수출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마두로 정부는 군대까지 투입해 광업을 장려함으로써 금 보유량을 200t 규모로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영국 중앙은행으로부터 12억달러(1조3400억원) 규모의 금을 인출하려다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는 마두로 정권의 해외 자산 확보를 차단하려는 미국 측 요청을 영국이 수용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임시 대통령을 셀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맞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과이도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PDVSA의 자산동결과 송금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해 마두로 퇴진을 종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중국·터키 등은 마두로 정권을 옹호하면서 “미국이 부당한 내정간섭을 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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