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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충돌에 美 제조업체 잇따라 실적 쇼크…애플의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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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9일 주요 뉴욕 증시가 하락세를 기록하자, 시장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 주요 뉴욕 증시가 하락세를 기록하자, 시장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촉발한 중국 경기 둔화 여파가 미 제조업 전반에 번지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중장비 등 주요 업종의 대중(對中) 수출기업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이들 기업의 높은 중국 수출 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미 주요 증시 하락 마감 #엔비디아·캐터필러 등 실적 실망감 반영 #“중국 경기 둔화에 높은 수출 의존도 탓”

28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지난 25일)보다 0.84% 내린 2만4528.2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0.78%, 1.11%씩 하락한 2643.85, 7085.68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을 하향 조정했다. 의 미 캘리포니아주의 엔비디아 본사. [AFP=연합뉴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을 하향 조정했다. 의 미 캘리포니아주의 엔비디아 본사. [AFP=연합뉴스]

주요 대중 수출기업인 미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의 저조한 실적에 따른 것이다. 이날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추정치를 기존 27억 달러(약 3조원)에서 22억 달러(약 2조4574억원)로 낮췄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액의 20%를 차지하는 그래픽처리장치 수요 하락에 따른 것이다.

캐터필러 역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0억5000만 달러(약 1조1747억원)를 기록,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철강 가격 상승 및 중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제조비용 상승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엔비디아와 캐터필러 주가는 각각 9.13%, 13.8% 내렸다.

제조업 분야의 ‘차이나 쇼크’는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수요 둔화를 이유로 지난해 마지막 분기 매출 전망을 크게 낮춘 애플에 이어 제너럴 모터스(GM)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2017년에 비해 10% 하락한 것이다. 중국 자동차제조협회가 밝힌 같은 해 중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 하락률(4.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포드의 지난해 4분기 자동차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34만1000대)보다 57% 급감한 14만7000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요 둔화에 더해, 휘발유값 인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공업용 접착제 제조업체 HB풀러의 매출 역시 지난해에 약 1000만 달러(약 112억 원)가량 감소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매출 비중이 전체 13%인 HB풀러는 올해 매출이 약 2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현지시간) 애플이, 30일에는 항공업체 보잉과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의 중국 매출 비중은 11.9%(보잉)~16%(테슬라)에 이른다.

중국 경기 둔화 여파는 비(非)제조업체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에 대해 매도(sell)의견을 냈다. 높은 중국 시장 비중이 이유였다. 제이슨 잉글리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어려운 중국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에스티 로더는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화영화 제작사 월트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 역시 “중국 시장의 소비자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현지 사업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현재 월트디즈니는 중국 현지에서 만화영화 ‘뮬란(1998)’의 실사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미 주요 기업들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 매출 비중(오른쪽). 적게는 3.7%(머크)에서 많게는 49.4%(브로드컴)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 캡처]

미 주요 기업들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 매출 비중(오른쪽). 적게는 3.7%(머크)에서 많게는 49.4%(브로드컴)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 캡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서 사업 확장세인 미국계 하얏트 호텔 역시 지난해 3분기 아시아권 매출이 2.5%로 전년 동기(6.3%)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고 전했다.

중국 경기 둔화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28일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12월 공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6808억3000만 위안(약 112조8000억원)을 기록, 두 달 연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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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 둔화세와 더불어,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가 미 제조업체의 잇따른 실적 부진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수출 규모는 10년 전보다 2배가량 늘어난 1300억 달러(지난 2017년 기준·약 145조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협상 국면인 미·중 무역 갈등을 이른 시일에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미 보트제조업체 코렉트크래프트의 빌 이어진 CEO는 “(미·중 무역전쟁이 개시된) 지난해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경기 침체를 대비한 경영 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29~30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30~31일) 등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줄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 WSJ는 “중국 경기 둔화뿐 아니라 달러화 강세, 중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지출 비용 증가 역시 미 제조업체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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